천사들이 빚어낸 감동의 춤사위
천사들이 빚어낸 감동의 춤사위
  • 소인섭
  • 승인 2008.07.06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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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자림학교 무용단, 태권도엑스포 개막식 공연 갈채
▲ 5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개막한 제2회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에서 자림학교 학생들이 공연을 하고 잇다.
선화씨는 오늘도 무대에 선 동료 가운데 가장 많이 웃었다. 아니 홀로 웃은 것만 같다. 관중에겐 지루한 시간이 될 수 있는 4분50초이지만 그에겐 결코 녹록지 않은, 여간 힘든 시간이 아니다. 춤 동작이 순서에 맞는지, 몸을 한 바퀴 돌리는 속도는 이만하면 괜찮은 것인지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앞에서 지도하는 이광숙 선생님이 자꾸 쳐다봐진다.

전주자림학교 무용단은 5일 오후 4시50분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회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개막전 행사 무대에 맨 먼저 올라 ‘꽃바구니 춤’을 세계 47개국 태권가족에게 한 아름 안겨주고 많은 박수를 받으며 내려왔다.

이 무대가 특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용단은 선천성 질환인 다운증후군이 있거나 정신지체를 가진 12살에서 29살까지의 여자 여덟, 남자 두 명 등 모두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프로그램 동작 순서를 익히는 데는 많은 반복훈련이 필요하다. 또 리듬을 타는 것도 물론 어렵고 대화도 제대로 되지 않아 작품 하나를 완성하려면 보통사람보다 스무 배, 서른 배 어렵다.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거나 몸 전체에 경직이 오는 단원도 있어 프로들처럼 일어나 앉기를 열 사람이 한 몸처럼 똑 떨어지게 할 수도, 더욱이 빠른 몸동작을 선보일 수는 없다. 그래도 이날 무대에서만큼은 연습 때와는 다르게 진지하고 훌륭했다. 다운증후군이 있지만 유연성이 남보다 더 있는 장미와 공부·노래에 열심인 효란이가 이날도 제 몫을 다 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날 오후 학교에서 있었던 연습시간. “선화가 더 들어가 줘야 해. 손 내리지 말고. 손 내리지 말고~(교사의 목소리는 한 옥타브 올라가 있다)” 교사의 목소리엔 아랑곳하지 않고 단원들은 서로 장난을 치고 꽃바구니를 떨어뜨리는 등 좀체 일사불란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이처럼 지도교사의 애간장을 태웠던 이들이 6일 여러 나라 손님을 의식해서인지 색동저고리처럼 화사한 춤 동작을 보여준 것이다.

이광숙 교사는 “1년 넘게 걸렸어요. 매주 화·목요일 방과후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연습을 했어요. 1시간 정도 이뤄지는 연습이지만 집중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쉽지 않은 과정이었죠.” 무용단은 1년이면 네 차례 정도 ‘찾아가는 공연’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감이 더 생겼고 장애 극복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정한경 교감은 “조금 특별하게 태어난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하기 위해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무용과 타악기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많이 밝아졌다.”라고 자랑했다.

취재도중 아무렇지도 않게 기자수첩을 뒤적여 친근감을 보여준 사내아이와 인터뷰 내내 기자의 팔짱을 다정하게 끼워준 12살 효란이는 ‘5살 천사’였다.

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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