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복 칼럼
서영복 칼럼
  • 김재춘
  • 승인 2008.07.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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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교육, 무인도로 보낼까?

서 영 복(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

정부는 최근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 골자 중 하나는, 6급 이하 지방공무원의 장기 교육훈련 계획 수립권한을 시도지사 또는 교육감에게 이양하여, 교육훈련의 자율성을 제고한다는 것이다. 전북도의 경우, ‘공무원교육원의 남원 이전을 위한 공사가 여섯 달쯤 늦어져 도내 공무원 교육 장소가 부족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방공무원 교육의 문제점 극복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충실한 추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에 관한 논의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 진척도가 영 시원치 않다. 현실적 제약요건들이 많긴 하나, 그래도 우선 기댈 구석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심과 의지라고 본다. 촉구 삼아, 몇몇 전문가와 공무원들의 현실진단과 처방을 여기에 전한다.

모아놓고 때우는 식 곤란

“우리 공직사회가 얼마나 아마추어리즘에 휩싸여 있는지,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과정만 봐도 절감할 수 있다. 순환보직 문제가 있긴 하지만, 상대국 공무원들이 오랜 동안 쌓아온 실력과 직무경험에 대적할 수 없게 돼있다. 공무원들과 이를 둘러싼 전문가?언론?시민사회 등이 매사 한마디씩은 할 수 있으나,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모두 전문성이 태부족하다.”

“공무원 교육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실질적이고도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적고 능력도 모자란다. 업무수행 현장에서 다른 곳으로 인력을 빼내야 하는데, 재임기간 중 실적 내기 바쁜 단체장들이 그럴 여유가 있겠나? 중간관리 층의 인식 부족 문제도 있다. 개인 차원에서도 유인이 없다. 업무능력을 키우는 데도, 복귀 후 인사에서도, 도움 안 된다고 여기고 있다.”

“인사편의를 위한 방편으로 삼는 게 문제다. 쉬러 가는 것, 일 못하는 사람 처치하는 수단으로 치부해서야 되겠나. 지방고시도 흐지부지 됐다. 새만금 사업이나 길 닦고 다리 놓기 못지않게, 중차대한 일이다. 교육훈련 예산 자르기가 능사 아니다. 소양교육, 기초 지식?기능 교육, 외부강사 초빙보다 명품교육, 탁월한 선배 공직자들의 토론식 강의 등에 중점을 두자.”

“정해진 장소에서만 할 게 아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강조되고 있지 않나. 학습자 수요에 맞춰야 한다. 재밌고 실제 도움이 돼야 한다. 교육의 개별화가 중요하다. 집단 아닌 개인 스스로, 다른 자치단체?학원?대학?시민단체 등을 찾아, 보고 배우게 해야 한다. 국외유학 대신 해외 견습에도 눈 돌릴 때다. 주민이나 기업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늘렸으면 한다.”

“교육이 형식적이고, 기관도 난립해 있다. 중앙-지방 간, 광역단위 내 기관 간, 산관학 간, 공동 교재개발?강사교환?역할분담 등 네트워킹을 강화해야 한다. 옛날 유배지에서 후진양성하고 저술활동 하다 재등용되면 소신과 경륜 더 옹골지게 펼 수도 있었다. 귀양제도의 순기능 같은 게 떠올라서야 되겠나. 지금처럼 할 바엔 차라리 무인도로 보내는 게 낫지 싶다.”

단체장의 용단과 실천 있길

“개인 사무소 일처리로 공무원 접할 기회 많았다. 공무원 대상 특강이라면 만사 제치고 어디고 달려간다. 전문가를 공무원 만드는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공무원을 전문가 만드는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 때문이다. 일상근무에서 윗사람만 얘기하지 말고, 하나하나 난상토론하는 것도 체질화해야 한다. 민주적 심층 토론능력 배양도 공직사회 선진화의 관건이다.”

많은 시민들도, 사교육비에 등골 빠지면서도, 세금 바쳐 공무원 봉급 주고 갖가지 교육훈련까지 알차게 시켜달라고, 이렇게 주문하고 있다. 왜일까? 공무원이 변하지 않고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공무원교육원 잘 지어 옮기는 것도 좋다. 교육훈련에 비교적 관심 많은 단체장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도 들린다. 법 개정과 함께, 국민적 기대에 더욱 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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