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규 "'이기적'을 만나 새로 태어났다"
오대규 "'이기적'을 만나 새로 태어났다"
  • 박공숙
  • 승인 2008.07.03 14: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조강지처클럽’서 뻔뻔하고 비굴한 바람둥이 연기
‘이기적’이라는 이름 석자가 요즘 안방극장에서관심 대상 1위다.

잘생긴 엘리트 의사가 조강지처를 무시하고 보란듯이 바람을 두 번이나 피운 결과로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 평생을 이름 그대로 이기적으로 살아온 ‘ 이기적’은 현재 가진 것 하나 없이 비굴하고 추레한 인간이 됐다. 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 1위를 달리는 SBS TV ‘조강지처클럽’의 시청자들은 이런 이기적의 추락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저도 인간인지라 시청률이 아무리 고공행진을 해도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너무 먹으니까 상처받게 되네요. 이렇게 말하면 다들 웃어요. 저를 오대규가 아니라 ‘이기적’과 동일시하기 때문이죠.”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탄현 SBS제작센터에서 만난 오대규(40)는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듯 했지만 상당히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시청률 32~33% 를 달리고 있는 최고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왜 이럴까.

◇시청자 반응에 상처도 받아 “살이 쪽 빠졌어요. 한숨도 많아지고….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예요. 극중에서도 많이 두들겨 맞은 데다, 야외 촬영 나가면 주부들로부터 맞기도 해요. 지나가시면서 등짝을 탁 후려치고들 가세요. 욕은 또 얼마나 먹는지…. 원색적인 욕도 면전에서 정말 많이 들었어요. 요즘은 식당에 가도 모자를 푹 눌러쓰고 구석에 앉아 서둘러 먹은 뒤 10분 만에 얼른 자리를 떠요. 그러다 위궤양으로 고생도 많이 했어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그가 무슨 큰 잘못을 한 줄, 드라마의 시청률이 바닥을 치는 줄 알겠다. 오대규는 이렇게 만난 순간부터 20여 분 앓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제가 데뷔 이래 지금껏 좋은 이미지의 역만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 홍역을 심하게 앓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셔서 너무 감사한데도 저를 극중 이기적과동일시하는 것에는 솔직히 상처를 받게되네요. 또 한동안은 극중 원수 역의 안내상 형, 심한 역의 한진희 선배님과 같이 욕을 먹어 그나마 동병상련 했는데 최근에는 극 전개상 이기적만 나쁜 놈이 돼 더욱 외롭습니다.”

그는 내내 풀 죽은 듯 이야기를 했지만 계속 웃음이 터져나오게 만들었다. 한껏뻔뻔하다가 현재는 비굴하게 살아가야하는 이기적은 코미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 “요즘은 나도 모르게 주변 여자들 눈치를 다 보며 살아요. 우리 와이프도 같이 드라마를 보면서 혀를 끌끌차며 저를 쳐다보곤 해요. 길을 다니면 아줌마들과 눈이 마주칠까봐 고개를 숙이고 다녀요. 한 번은 사우나에 갔는데 아저씨 한 분이 성큼성큼 다가오시는 거예요. 벌거벗은 상태에서 얻어맞는 것은 아닌가 긴장했는데 다행히‘아 왜 그렇게 연기가 재미있어요?’ 하시더군요. 그분은 같은 의사인 부인과 주말마다 ‘조강지처클럽’을 함께 보는 게 낙이라고 하시더군요.(웃음)”

오대규의 이런 반응은 그가 1991년 SBS 공채 탤런트 1기로 데뷔한 이래 17년간 ‘ 왕자님’ 역만 해왔기 때문이다. 20대에는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이었고, 그 후에도 ‘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이미지로 늘 여성들을 돕는 착한 역할만 맡아왔던 것. 그랬던 그가 이기적 역을 선택한 것은 분명 배우로서의 변신에 목말랐기 때문이었겠지만 상상 이상으로 욕을 먹게되자 꽤 당황한 듯 하다.

“마흔살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얼마나 되겠어요. 우리는 주인공의 동료나 삼촌, 고모부를 맡게 되죠. 그런 상황에서 ‘조강지처클럽’의 이기적 역이 들어왔는데 연기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제게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시놉시스를 보니까 캐릭터가 펄떡펄떡 살아있었어요. 언뜻 오대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 같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욕심이 들었습니다.”

조강지처 복수(김혜선 분)를 손톱의 때만큼으로도 여기지 않았던 이기적은 두 번의 외도에서 모두 버림받고 재산마저 모두 잃자 180도 돌변, 복수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게 된다. 특히 29일 방송에서는 이혼 서류를 접수하러 가는 복수와 길거리에서 어처구니 없는 육탄전을 벌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잃은 이기적에게 이혼 서류 접수를 막는 것은 목숨처럼 절실했어요.

이기적은 자신이 버렸던 복수로부터 손톱만큼의 관심이라도 얻으려고 별짓을 다합니다. 앞으로 방송될 내용 중에는 그가 팬티 바람으로 춤을 추며 복수에게 아양을 떠는 신도 있어요.(웃음)”

◇평소에도 순간순간 비굴해져 배우로서 통과의례를 겪고 있지만 두말 할 필요없이 그는 ‘럭키 가이’다. 한 번의 변신으로 브라운관을 뒤흔들고 있지 않은가.

“진작에 이렇게 변신에 도전했더라면 지금쯤은 연기의 스펙트럼도 훨씬 넓어지고, 이기적 같은 캐릭터도 훨씬 편하게 연기하지 않았을까요. 세상은 달콤하지만은 않은데 그동안은 달콤한 역만 했어요. 하지만 이제라도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이 정말 다행이죠. 이기적으로 10개월 정도 살다보니 요즘은 언뜻언뜻 준비하거나 연습하지 않았던 연기가 자동으로 나와요. 그게 바로 진짜 이기적의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의 반응에 상처받고 주눅드는 것 역시 저 스스로 저를 이기적과 동일시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평소에도 순간순간 비굴해지고 있거든요. 하하”

그는 인터뷰를 마칠 때는 시작할 때보다 훨씬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우리 드라마가 9월 말까지 가는데, 끝나고 나면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은 자신감을 얻을 것 같아요. 이기적도 지금은 욕을 먹지만 후반부에는 뭔가 페이소스를 줄 것이라 믿습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