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금융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 이병화
  • 승인 2008.07.0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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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은 사람이 만든다는 어느 기업의 광고문안 마냥 요즈음 금융회사에서는 좋은 사람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있는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경우는 몸살을 앓을 정도라고 한다. 이와 같이 일반 기업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조차 좋은 인력 확보를 위해 정성을 쏟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나 경영전략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체적으로 상품화하거나 실행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좋은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에 인색하였던지라 확보된 전문인력도 없고 그렇다고 무한정 쏟아 부을 수도 없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금융회사마저 전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계 금융의 흐름은 금융소비자의 요구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는 아직도 글로벌 시대라고 외치면서 한국적인 사고와 경영기법에 머물러 있다. 즉 획일적인 연공서열제, 온정적인 평가제도, 생산성을 도외시한 획일적인 연령중심의 구조조정, 순혈주의, 집단이기주의 등이 아직도 각종 명문규정을 뛰어넘는 인사원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금융회사 CEO의 경우 취임초기에는 그렇듯 하게 포장된 언어로 새로운 풍토를 조성할 것같이 떠들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노조 등 기존의 세력과 영합하여 자신의 임기연장에 온갖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생산성 향상이라고 떠들지만 인력재배치와 전문성 제고 또는 업무처리 절차의 개선 등을 통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생산성 향상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인력 감축을 통한 인건비 절약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하여 살아남아 있는 자들에게 3~4인분의 몫을 대신하는 대가로 급여를 조금 더 줄 따름이다. 즉 숫자상의 생산성 향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영업 전략을 결정함에 있어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생산성 향상이나 글로벌 차원에서의 경쟁력 제고보다는 CEO개인의 업적이나 단기적 성과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허다하고, 이들을 감독하는 당국의 경우도 금융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봉사한다고 하면서도 아직도 조직의 존재 논리가 우선시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금융산업을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구두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금융산업은 지식산업이요 글로벌 산업이며,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는 최첨단 산업이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고, 이에 걸맞는 금융인재육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금융산업은 지식산업이며, 지식산업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좌우되고 개인의 능력은 천차만별이다는 점이다. 특히 수학 기간이 같다고 하더라도 활용능력이나 열정에 따라 확연하게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일순간에 축적되거나 활용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자기 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함이 없어야겠다. 요즈음 사람 빼오기 경쟁이 치열한 증권업계의 경우 개별회사의 경쟁력은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증권 산업 전체에서 볼 때 사람 빼오기 전술을 통한 인력보강으로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와 같이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고 회수 기간도 장기간인 인재 육성의 경우는 개별회사 차원 보다는 협회나 국가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싱가포르의 금융발전기금(FSDF)나 전문연수원(Wealth management institute), 룩셈부르크의 금융대학(LSF)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금융산업은 글로벌 산업이라는 점을 중시해야 한다. 즉 국경도, 피부색도, 언어도, 종교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 소재하는 금융회사만을 경쟁상대로 여긴다면 도토리 키재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설령 당장은 생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머지 않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금융회사에 먹힐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금융산업을 선도하고자 하는 금융회사의 CEO를 비롯한 임직원의 경우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함과 아울러 이들과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협회나 정부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재외동포 금융인이나 외국계 금융회사에 종사하는 한국인들간의 정기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별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선진 금융회사와의 업무제휴와 인적교류 확대 등을 통하여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는데 소홀함이나 게으름이 없어야 할 것이다.

셋째, 금융산업의 발전 속도는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속도와 같다는 점이다. 금융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거나 소비자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산업의 뒷받침이 있어야한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정보통신산업이 발전하도록 지원해야 함과 아울러, 이에 더하여 이들의 기술능력을 금융산업에 접목·활용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양성하는 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병화<금융감독원 인력개발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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