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더 이상 민생을 외면말라
정치권은 더 이상 민생을 외면말라
  • 이병주
  • 승인 2008.07.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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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편집부장>
경기 둔화 속에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으나 여야 정치권은 촛불 뒤에 숨은 채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다.

지난 1일 통계청 전북통계사무소가 발표한 ‘2008년 6월 전북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6월 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6.4%나 뛰어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특별 관리하겠다던 ‘MB 물가’는 수직 상승을 거듭, 통제기능마저 상실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3.9% 상승하며 2월과 3월 3.7%를 기록하며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이후부터는 제어가 안 될 정도로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넘어선 4월 이후에는 4.2%, 5월 5.3%에 이어서 6월에는 6%의 벽을 넘어서 6.4%까지 도달했다.

특히 정부가 특별관리하겠다고 천명한 52개 이른바 ‘MB품목’ 중에서는 쇠고기, 멸치, 배추, 마늘, 사과, 설탕을 빼놓고 46개 품목이 동반 상승해 정부 의지를 무색하게 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서도 자영업주와 무급 가족종사자(가게 일을 함께 꾸려나가는 가족)는 전년 같은 달보다 전국적으로 12만7천명이나 줄었다. 내수 소비둔화의 직격탄을 서민들이 고스란히 맞은 셈이다.

이처럼 서민 가계는 날로 피폐해지고 있는데도 18대 국회는 국회의장조차 뽑지 못한 채 파행을 보인지 벌써 한 달을 넘어섰다.

국회에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애걸하며 표를 모아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의원회관과 거리에서 각 당 지도부의 눈치만 보며 소일하고 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아직도 쇠고기 추가협상을 둘러싼 자존심 싸움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임시국회가 끝나는 4일까지 야권이 등원하지 않으면 사실상의 ‘단독개원’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나 야권은 “이대론 못 들어간다”며 여전히 강경한 자세다.

여야 대치의 이면에는 개원 이후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작용하고 있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국회 운영을 주도하려는 여당과 ‘쇠고기 민심’을 지렛대로 대여 공세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가려는 야권의 속내가 맞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처리돼야 할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점검 및 후속대책 수립, 고유가 극복 민생대책, 추경 등은 먼지만 쌓인 채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입으로는 국민의 요구나 국민 눈높이 등을 떠들어대면서도 정작 국민을 위해 그들이 해야 할 일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에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위기상황이다. 여당은 야당의 등원을 위해 협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야당은 거리에서가 아니라 국회에서 국민을 대변해야 한다.

국회의장을 뽑고, 하루빨리 상임위 구성을 마치고 시급한 민생현안들을 속히 처리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 국민의 입에서 국회를 없애자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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