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불패' 김래원, 이번엔 손맛으로 승부
'흥행불패' 김래원, 이번엔 손맛으로 승부
  • 박공숙
  • 승인 2008.07.0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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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월화드라마 '식객' 주인공 김래원.
“저희 집 냉장고 냉동실에 지금 메로, 옥돔, 문어, 물오징어, 우럭이 들어있어요. 냉장실에는 각종 소스와 야채, 과일 등이 있구요.

언제든지 요리해먹을 수 있게 준비돼 있습니다. 냉장고 크기요? 무척 크죠.” 남자 혼자 사는 집 냉장고가 이렇게 요리 재료로 꽉 차 있으니 진짜 요리를 좋아하긴 하는 모양이다. “도마만 5개 키웁니다. 칼은 회 뜨는 칼과 부엌 칼이 하나씩 있구요, 그외 과도까지 5개가 더 있습니다. 모두 제 이름이 새겨져있습니다.

바비큐 그릴하고 와인 냉장고, 튀김기 등도 있어요.” 이쯤되면 식당을 개업해도 되지 않을까. ‘흥행 불패’ 김래원(27)이 이번에는 손맛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지난달 17일 첫선을 보인 SBS TV ‘식객’이 경쟁작인 MBC TV ‘밤이면 밤마다’와 KBS 2TV ‘최강칠우’ 를 제치고 월화 드라마 시청률 선두를 달려가고 있다. 2003년 ‘옥탑방 고양이’로 ‘ 대박’의 기쁨을 맛본 이후 지금까지 5년여 이어온 ‘흥행 불패’ 기록이 이번에도 유효해보인다.

“에이…. 아직 잘 모르죠. ‘식객’도 잘 될 것 같으세요?”라며 엄살을 피운 그는이내 “그래도 제가 지금까지 망하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라며 싱긋 웃었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를 찍고 있는 배우가 인터뷰 시간을 정식으로 내기는 힘들다.

‘쪽대본’으로 인한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출발, 이미 절반 이상을 찍은 ‘식객’의 주연배우는 방송 도중인데도 무려 이틀이나 쉴 시간을 얻었다. 30일 만난 그는 “원래도 미식가였는데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더 입맛이 까다로워져 큰일 났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요리와 여행, 낚시를 좋아해서 ‘식객’을 택했고 예상했던대로 촬영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 소개되는 음식이 모두 정말 맛있거든요.

또 지난 10개월 간 팔도를 다 돌아다녔어요. 요즘에는 농담삼아 진짜 성찬이처럼 트럭이나 몰고 전국을 여행하며 바닷가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식객’은 다른 드라마에 비해 일찍 촬영을 시작한 덕분에 완성도를 높이고 풍성한 볼거리를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겨우 5회까지 방송된 현재 이미 지칠 법도 하다.

“사실 8~9부 찍을 때는 좀 진이 빠지기도 했어요. 극 전개상 무척이나 진지한 연기를 하기도 했지만 오래 찍으면서 긴장이 풀어지기도 했거든요. 이제는 괜찮아요.

방송이 시작됐잖아요. 다행히 반응이 좋아 으쌰으쌰하며 찍고 있습니다.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을 봐가며 촬영해야 힘이 나는 것 같아요.(웃음)” 그가 맡은 성찬은 천재 요리사다. 아직은 자신이 천재라는 것을 모르지만 타고난 미각과 손맛 앞에서는 어떤 경쟁자도 당하지 못한다. “성찬이처럼 천재성을 가진 캐릭터는 처음 연기하는데 이게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최불암 선생님이 영화 ‘향수’를 참고하라고 하셔서 봤어요. 그 주인공은 천재적인 후각을 타고났거든요. 어떤 분야에 있어 천재적인 사람들은 다른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배우로서 그 부족한 부분을 잘 표현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연기에 있어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 거죠. 성찬이가 약간 사회성이 없고 좌충우돌하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요리에 있어서는 천재성을 과시하지만 성찬은 현재 극에서 경쟁자들의 시기와 음모로 몸담고 있던 한식당 운암정에서 나와 트럭을 몰고 전국을 떠도는 야채 장수가 됐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찬이 씩씩하고 밝다는 것. “저도 낙천적인 성격이지만 성찬이는 저보다 한 수 위에요. 누가봐도 참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데도 밝거든요. 연기하면서 참 괜찮은 놈이다, 부럽다는 생각을 하죠. 그러면서 나도 지금보다 더 겸손해지고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다짐합니다.

” 실패를 모르고 달려오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만하기 쉽다. 하지만 김래원은 5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목말라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뭔가를 이루거나 가지려고 한다면 좌절하기도 쉽죠. 하지만 전 언제나 배우로서 지금보다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더욱 더 밝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자, 성실하게 일하자, 인간관계에서도 더 잘하자는 생각을 합니다.”

그에게 ‘식객’ 요리사로서 세 가지 음식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어만두라는 게 있어요. 생선살로 만두 피를 만든 음식인데 수랏상에도 올랐던 음식이래요. 그리고 김치 샐러드와 녹차로 만든 차김치를 추천하고 싶어요. 정말 맛있어요. 특히 극중에서 김치 샐러드를 담았던 두부로 만든 그릇도 정말 놀라운 맛이었습니다.” 실제로도 요리를 좋아하는 김래원에게 음식이란, 먹는 것이란 어떤 의미일까. “사람이 살면서 몇가지 큰 행복이 있잖아요.
 
결혼이나 출산 같은….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역시 그런 큰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은 곧 문화잖아요.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문화를 향유하는 것입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그는 신사동에 있는 생선구이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작은 가게인데 5천 원에 생선 구이가 무한정 리필되는 곳이에요. 정말 맛이 끝내줍니다. 맛있는 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이렇게 큰 것 같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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