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와 고환율 정책
서민경제와 고환율 정책
  • 김은희
  • 승인 2008.06.26 16: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병채<남원중앙새마을금고 이사장>
국제유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생각했던 100달러 선을 훌쩍 넘어 최근 120달러를 돌파하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1년전에 비해 2배 2002년 이후 6배나 되는 가격이다. 산유국들의 정정불안, 미달러 약세 등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석유시장의 잉여생산 능력감소와 신흥시장의 수요급증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생존돼 유가는 향후 2년내 200달러까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경제대통령’이라고 자처하는 이명박 정부는 무리한 성장정책을 밀어붙여왔다. 고환율 정책이 그것이다. 수출증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어 내겠다는 것이다. 환율상승이 수출을 촉진해 수출기업의 채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수출현장에서는 환율상승에 비례해 수출이 증가하지 않는다. 수입업자는 수출업자가 환차익을 본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 때문에 환율인상만큼 가격인하를 요구해 수출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

다시말해 고환율정책이 수출촉진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 허나 환율인상이 원자재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그 효과를 상쇄해 버린다. 따라서 수입원자재를 쓰는 수출제조업은 꼭 환율상승만큼 이득을 누린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무역업에 종사하는 대기업이 어느 정도의 환차익을 얻을 뿐이다. 결국 수출산업에 큰 이득을 주지 못하는 고환율정책이 고유가와 겹쳐 시민경제에 무차별적인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한국은행의 5월 수입물가 동향에 따르면 수입물가가 1년전과 비교하면 44.6%나 폭등했다. 이것은 1998년 3월의 수입물가 상승률 49.9% 이후 최고치이다. 국가경제가 파탄에 직면했던 IMF 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수입물가 상승률 44.6% 중에서 환율상승에 따른 인상율이 17.0%나 차지한다는 점이다. 환율이 오르지 않았다면 수입물가는 27.6% 상승에 그쳤을 것이다.

반면에 수출물가 상승률은 24%로서 수입물가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환율정책이 실효를 나타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석유, 농산물, 광물 등 5월 원자재 수입가격은 1년전보다 무려 83.6%나 뛰었다. 여기서 환율상승분을 빼면 원자재 수입물가는 64%로 떨어진다. 원자재 상승은 그대로 국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그 충격을 완충할 탄력과세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그런데도 오히려 환율상승을 유도해 국민경제에 충격타를 증폭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대기업은 선물거래, 결제통화, 다변화, 사내유보를 통해 환율상승의 압박을 완화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수입물가 상승에 그대로 노출된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화물노조, 건설노조에 이어 버스업계도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5월 두바이유 평균 도입가격이 119.5달러로 작년 5월에 비해 84.8%이나 올랐다. 물류, 교통, 건설 분야에 대란이 생겼지만 주원인은 무리한 환율인상이 우리경제를 극도로 악화시킨 것이다.

택시기사들도 핸들을 놓고 싶다고 하소연을 한다. LPG 가격은 뛰고 손님은 끊겨 차 굴리기가 어렵다는 소리이다. 음식점도 마찬가지이다. 손님 끊길까봐 값도 못 올리고 그저 문을 닫고 싶은 심정이라고 푸념을 한다. 모든 재료값은 하루가 다르게 올라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도 매마찬가지이다. 고객들로부터 받아들인 예금이 가져다 쓸사람이 없으니 수익창출이 어려워 여유자금 운영문제로 울상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아무리 안올라도 20%이상 올랐다고 주부들은 아우성이다. 여기다가 각종 생필품 값에 학원비, 유치원비 등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월급쟁이 봉급만 빼고 말이다.

환율상승, 수출증대, 경제성장이란 잘못된 정책방향이 물가상승, 소비위축, 내수침체, 고용불안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 고물가 쓰나미까지 예고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민생경제는 뒷전에 두고 미국산 쇠고기 무차별 수입,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의 민영화, 특히 상수도 민간위탁의 건 등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어 걱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