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6.25의 의미를 되새겨보자
  • 최영규
  • 승인 2008.06.2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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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익산보훈지청 보상과 >
어렸을 때 나는 유난히 상상력이 풍부하고 망상에 빠져들기 좋아하는 아이였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꽤 나이를 먹은 초등학교 4,5학년이 될 때까지도 6월 25일이라는 날짜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매년 6월이 되면, 1952년 6월 25일 새벽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그 때와 똑같이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피난을 간다면 무엇을 우선 챙겨야 할지, 미처 피난을 가지 못한다면 적군이 들이닥칠 때 어디로 숨어야 할지, 하는 등 세세한 상상까지 하게 돼 6월이 다 지나가고 내 관심사에서 6.25라는 단어가 사라질 때까지는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정세를 모르고 있는 어린 아이의 터무니없고 쓸데없는 걱정에 불과하지만, 다른 정보나 지식 없이 단편적인 이미지나 이야기들을 통해서만 전쟁을 접했던 그 시절의 나에게는 ‘6월’ 이라는 말 자체가 잘 알지도 못하는 전쟁의 상징이었고,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6월이 되어도 전혀 전쟁을 떠올리거나 불안해하는 일은 자연스레 없어지게 되었고, 나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로서의 태평스러움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들을 그저 먼 나라 얘기쯤으로만 생각하게 됐다.

몇 년전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을 때조차도 연일 기사가 나오던 그 때 잠시 전쟁에 대해 생각하고 불안해 했을 뿐 금세 그 불안감이 잠잠해 지는 것을 보며,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게임이나 영화의 소재로만 가볍게 전쟁을 접해온 세대들에게 전쟁불감증이 만연하고 있어 그 상황을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위험한 사실 같아 보였다.

무방비한 상태로 있다가 일어난 게 바로 그 처참했던 6.25 전쟁이 아니었던가..

이제 또 다시 6월이다. 일 년에 한 달이라도 단 한번이라도 6.25를 떠올리고 의미를 생각해보자.

너무 안일하게 전쟁을 먼 나라 얘기로 생각해 무관심하거나 흔하게 받아들여 불감증에 빠지지도 말아야하고, 어린아이처럼 무지한 상태로 언론에 노출되는 단편적인 소식들에 이리저리 끌려가기만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스스로 정보를 걸러서 받아들이고 우리나라가 놓여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며 늘 깨어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6.25를 기억하는 최소한의 의미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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