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경찰관의 퇴임에 부치는 글
선배 경찰관의 퇴임에 부치는 글
  • 최영규
  • 승인 2008.06.2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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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철<익산경찰서 정보계>
요즘 미국산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온 세상이 난리법석이다.

촛불집회가 시작 된지도 50일을 넘긴지 며칠이다. 지난달 장관고시 이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발표에 뒤이은 정부의 재협상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립과 갈등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내심 이달말에 퇴임하는 장정호 익산경찰서 생활안전과장의 퇴임식이 후배들의 박수와 축하를 받는 영광스런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금은 요란스러워도,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리라는 생각을 일찌감치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축하드리고 영광스런 선배의 퇴임식이 조촐함에 미안할 따름이다.

내일 모레면 자연인으로 떠날 채비를 갖춘 장정호 과장님. 그보다는 차라리 누구라 할 것 없이 편안하게 선배님으로 부를 만큼 따뜻함을 느끼게 했던 그 분이기에 예전 같으면 흔히 오가던 인사말로 “오늘은 부담 없이 소주나 한잔하고 가시죠” 라고 건넬 수도 있으련만.

업무가 아닌 또 다른 것들에게서 우리 가슴을 짓눌러야 하고 그러면서 지금까지 직장에서의 인연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옛 속담에 ‘눈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 진다’는 그 말이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도 해보고 싶다.

장 선배와 나는 지난 96년 봄 익산경찰서에서의 처음 만났다. 3년여 동안 함께 지내면서 익산 제2공단의 노사분규현장에서 2개월여 이상의 긴 시간의 대치 속에서 노심초사해야 했던 두 번의 여름을 기억한다.

마치 요즘 상황과 비슷하다. 96년과 98년 2년 주기로 우리가 경험한 대한민국 노사분규 현장에서의 기억이다.

이어 2004년 경무과에서의 또 다른 만남, 지금 생각하면 내게 작은 질책 한번이라도 했을 테지만 선배님은 언제나 나를 배려해주려는 마음이 많았던 것 같다.

길거리에서 장맛비에 밥을 말아 먹어야 할지 모른다는 선배님의 걱정스런 눈빛은 지나온 삶속에서 분명하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모습일지도 모른다.

떠나는 선배가 그러했듯이 현장에서 몸으로 막아가며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고통이지만 참고 이 길을 갈 것이다.

당신만의 조촐한 퇴임식이지만 서운한 마음 다 푸시라고 말하고 싶다.

“선배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선배님의 퇴임식에 작은 소리로나마 송별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 자신 있는 건강 꼭 영원히 간직하시길 빌면서 그동안 가장 힘든 직장일 이해해주시고 사랑해주신 사모님 존경스럽습니다. 두 분 영원히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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