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스러운 사람들
뻔뻔스러운 사람들
  • 이한교
  • 승인 2008.06.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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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럽다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보기에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염치없이 태연하게 군다. 후안무치하다. 낯 두껍다”등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이 뻔뻔스럽다는 말은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요즈음 사람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굴 위한 정부냐고 묻고 있다. 분을 참지 못해 몸을 불사르는 사람도 있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저리 피하듯 말을 바꾸면서 까지, 지키고자 하는 권력 앞에 무기력해진 서민은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중학생까지 촛불을 들고 시위현장으로 나가고 있을 때, 관련부처는 소고기 시식회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국민은 답답한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들에게 국민은 누구인가. 국민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있는 절대적인 권력자일 뿐인가. 도대체 무슨 똥배짱으로 잘못을 저지르고도 마치 승자인 것처럼 의기양양하다는 말인가. 이름표는 국민의 머슴이라 적어놓고, 무능함과 무계획으로 빚어진 문제에 대하여, 단 한마디 사과 없이 끝장 토론만 벌이다가,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인가.

진정한 명예가 무엇이며 진정한 국익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면서,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며 구걸하듯 표를 빼앗아 갔으면, 적어도 책임 있는 말 한 마디쯤은 기본이 아니던가. 이 마당에 양심은 쓰레기가 되어도, 호화로운 내일의 일상을 꿈꾸고 있는가. 자신들은 아무 잘못이 없고 기계가 문제였다고 변명만하고 있는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지도자(정치인)란 어떤 물질적 힘보다 강한 도덕성과 정신적인 가치를 우위에 놓고 판단하는 사람(권력층, 상류층, 지식인 등)이다. 이런 믿음을 가진 지도자에게 국민은 소고기 파동에 불안한 마음과 조류 인플루엔자로 삶의 기반을 잃어버린 양계농가들이 촛불을 들고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란 항상 쫓기듯 말하지 않고, 구차하게 변명하거나, 무조건 밀어붙이지 않는, 지혜롭고 현명한 리더를 말한다. 조금 어설프더라도 솔직하고 담백한 사람이다. 묵묵히 걸으며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해나가는 사람이며,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긴 안목으로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건널 수 있는 아주 신중한 사람이며, 끝없이 겸손한 사람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정치투쟁으로 일관하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독선과 자만에 빠져 있는 지도자들, 이름만 빼고는 다 가짜라 하는 어느 비례대표 당선자,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거액을 헌납했다는 젊은 여 당선자, 부당한 주식거래로 때 돈을 벌었다는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뻔뻔함의 역겨운 구린내를 참는 것도 정도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일이다.

국민은 믿음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말만 잘하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떠나야 한다. 국민 앞에 뻔뻔스럽다는 얘기는, 골판지로 만두를 만들어 판 사람과 무엇이 다르냐고 따져 물을 때가 있을 것이다. 국민은 촛불을 들고 거짓말을 식은 죽 먹듯 하는, 그들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려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앙칼지게 바투잡고 채찍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지금처럼 느슨하게 유야무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그들은 국민을 종쯤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뻔뻔스러운 그들이 판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며, 언젠가 그들이 발부치지 못하도록 국민은 그 방법을 찾고 있는 6월이다. 2002년 6월의 월드컵 함성이 촛불시위와 중첩해 들린다. 한반도의 지축을 흔들었던 “대~한민국” 기쁨에 엉엉 울며 길길이 뛰었던 기쁨으로, 대립과 갈등이 찬란한 붉은 빛으로 녹아 내렸던 그날이 문득 생각난다.

이한교<한국폴리텍V김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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