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과 소통
초심과 소통
  • 이수경
  • 승인 2008.05.29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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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초심이 흔들려 소통이 되지 않았으니 초심을 바로 잡겠다고 한다. 헌데 묘하다. 올바른 초심이라면 굳이 소통장애로 인하여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터인데, 애초에 문제가 있었던 초심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초심을 지키려 할게 아니라 반성하고 수정 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10년 만에 국정을 맡다 보니 소통장애가 생겨 발생된 사소한 실수이니 좀더 참고 지켜봐 달라고 변명하는 것이 여당의 주장이다. 우리 국민들이 원래 너그러움과 참을성으로 치자면 세계1등도 양이 차지 않을 것이니 여당의 주장은 일견 하기에 국면 유지에 가장 적당한 변명으로 들린다.

하지만 현 상황은 청와대나 여당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유래가 없을 정도로 연일 이루어 지는 촛불집회는 청와대의 초심에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징후이다. 애초부터 시대착오적인 초심이었든지 적어도 오류가 있었던 것은 인정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친소정국

2008년 우리사회는 이미 상당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무한경쟁시대에 학업에 열중하여야 할 나이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거리로 나섰다가, 수업시간에 불려나가 경찰에게 조사를 받는 다는 게 말이 되는가. 5공화국 군부독재 시절은 물론이고 유신치하에서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건이다.

현재의 한국사회의 진통이 기다리면 해결되는 산통이라면 그나마 천만 다행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의 혼란상은 그런 단순한 차원이 아니다.

청와대에 입성하기 이전부터 불거져 나온 강부자, 고소영내각, 한미 FTA 비준, 한반도 대운하, 수도사업 민영화를 포함한 각종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 각종 규제법 개혁 등 특정계층에 과도하게 치우친 정책아젠다가 문제를 키우다가 쇠고기 협상문제가 도화선이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상황인식은 안일하다.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무릎꿇고 설득을 하던가,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재협상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진솔한 반성을 하던가 했어야 할 터인데, 소통이 되지 않아 생긴 문제이니, 초심을 지키겠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하늘과 같은 민심이 이처럼 훈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이 옳으니 이를 지켜 나가겠다니 이게 무슨 오만이고 생떼란 말인가! 백번을 양보하여도 CEO로서 승승장구했던 이 대통령이 문제의 핵심이 소통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반대자, 소수자, 비판자들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리더십을 결여하고 있음이 자신의 가장 큰 문제라고 자인 하는 것 아니겠는가! "CEO 리더십은 기업활동에는 이로울 수 있지만 국민이나 국가의 공공적 정책집행에는 무리가 따를 것이고 이러한 일이 반복될 때 국론의 분열이나 사회의 전반의 양극화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진다.

日新日日新又日新

사업과 정치는 너무도 다르다. 사업은 조직원의 100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국민전체의 0 을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을 걷는 대한민국에서 물(物)이 인(人)을 대체하는 물신숭배가 이미 그 도를 넘어서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돈으로 대신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살이다. 그리고 사람들을 아우르는 것이 정치다.

또한 사업은 성공한 이후 어려웠을 때를 잃지 않고 초심을 지킨다면 욱일승천(旭日昇天)의 탄탄대로가 보장 되어 있다고 할수 있지만 정치란 오히려 초심에 얽매이지 않고 중국 탕왕이 반명(盤銘)에 새겨 경계해 온 것 처럼 날마다 잘못을 고치어 그 덕(德)을 닦음에 게으르지 않고 일신일신우일신(日新日日新又日新)해야 민심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 대통령 자신이 국민을 대하는 철학과 입장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국민을 섬기겠다는 공염불만 되뇌고 그 반대편에서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리더십 스타일이 전면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성난 민심을 아우르기란 불가능 하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기초한 합리적 처방이 나올 때만이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내일을 기야 할 수 있다.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는 위정자들의 말로는 불행했다는 것을 역사는 단 한차례의 예외도 없이 증명해 왔음을 명심 해야 할 것이다.

유유순<전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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