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타란티노 "연출 연기부터 배워라"
<칸영화제> 타란티노 "연출 연기부터 배워라"
  • 박공숙
  • 승인 2008.05.23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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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국제 영화제들이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영화 팬들을 위해 거장의 노하우를 직접 전해 들을 수 있는 영화학 강의인마스터클래스(masterclass)를 마련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 축제인 프랑스의 칸 국제영화제는 1991년 마스터클래스를 시작한 이후 올리버 스톤, 시드니 폴락, 마틴 스코세이지 등을 초청했다. 그리고올해 제61회 영화제의 선택은 쿠엔틴 타란티노(44)다.

22일 오후(현지시각) 마스터클래스가 열린 상영관 살 드뷔시에는 그의 영화론을듣기 위해 찾아온 관객이 줄을 이었다. 시작하기 30분 전 이미 전체 좌석 1천 석의 대부분이 동났으나 많은 팬들이 입장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상영관 주변을서성였다.

타란티노는 어렸을 때부터 영화광이었으며 젊은 시절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면서영화에 파묻혀 살았다고 소개했다. 각본 작업을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이후 그는 연기 수업을 받고 배우로도 잠깐 활동했다.

“왜 연기를 했느냐고요? 연출 학교도 있고, 각본 학교도 있죠. 보통은 작가 수업을 먼저 받으라고 하지만 저는 연기 학교를 다니라고 권하겠습니다. 연기를 하면 장면(scene)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스토리와 캐릭터, 카메라 워크, 프레임에 대해 알게 되죠.”

그는 또 학교에서 정석대로 배우는 데 의존하지 말고 일단 현장으로 나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 보라고 충고했다.

“수업료가 비싸지 않습니까(웃음). 여러분 스스로 장편 영화를 만들어 보십시오.일단 영화를 만들어야 길이 열립니다.”

‘트루 로맨스’ ‘내추럴 본 킬러’ 시나리오를 팔아 연출한 1992년 첫 영화 ‘저수지의 개들’이 선댄스 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면서 대규모 개봉에도 성공한다. 그리고 두 번째 작품 ‘펄프 픽션’은 그에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명성을 동시에 안겨 줬다.

“글쎄요, 다들 창의력과 실험정신에 대해 얘기하더군요. 사람들이 ‘롱 테이크를써야 한다’ ‘실험을 해 봐라’ 하기에 그렇게 했더니 ‘아, 너는 천재구나’라고 하던걸요(웃음).”

가죽 재킷에 블랙진을 입고 나타난 그는 입을 열면 열수록 ‘악동’이란 별명이 왜 붙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만한 말들을 내뱉었다. TV로 방송된다면 ‘삐’ 소리로 처리해야 할 만한 비속어를 한 문장에 한번씩은 집어넣었으며 시종일관 박장대소와 함께 거침없는 화법을 구사했다.

‘재키 브라운’ 이후 한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그는 5년 만인 2002년 ‘킬 빌’을 들고 돌아왔다. 장면 장면 재기가 뚝뚝 묻어나는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마니아층을 만들어 냈고, 2편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펄프 픽션’에 이어 이 시리즈물에서도 우마 서먼을 주연으로 기용했다.

“왜 우마를 골랐느냐고요? 제가 쓴 시나리오 가운데 제가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펄프 픽션’의 미아입니다. 그리고 미아와 가장 가까운 여성이 바로 우마입니다.”

뛰어난 미장센을 이미 인정받았고 “세트 촬영을 매우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잘다듬어진 이미지를 좋아하는 그는 그러나 컴퓨터그래픽(CG)과 디지털 기술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가장 최신작인) ‘데쓰 프루프’의 자동차 신은 모두 배우나 스턴트맨이 직접 했습니다. CG를 써서 만든 자동차 추격신은 절대로 진짜로 보이지 않습니다. 처음 컴퓨터로 만들어낸 추격신을 봤을 때 ‘이런 맙소사’ 싶었죠.”

그는 초기 작품부터 최신작까지 하나하나 설명한 뒤 마스터클래스를 마무리했다.

그가 입장했을 때 이미 기립박수를 보냈던 관객은 그가 퇴장할 때도 일제히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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