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으로 사랑 전해요
색소폰으로 사랑 전해요
  • 김장천
  • 승인 2008.05.21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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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경찰서 허석 경사 이웃에 연주 봉사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연주를 들으며 환한 웃음을 짓는 어르신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색소폰을 통해 외롭게 생활하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기쁨을 전하는 이색 경찰관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군산경찰서 허석(43) 경사.

애초 봉사단체 활동에 참가하기 위해 배운 악기를 배워 2년째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허 경사의 소리는 ‘음악 선물 배달꾼’이다.

“색소폰을 통한 봉사활동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모두가 뜻을 같이 해 출발하게 됐습니다. 나를 제외하곤 회원 전체가 악기를 처음 접해 봤기 때문에 가르치면서 시작했습니다.”

어찌 보면 동호회원들은 허 경사가 7년여 동안 익힌 솜씨를 공짜(?)로 배운 셈.

이 같은 허석 경사의 열정은 전북 경찰 최초 ‘색소폰 동아리’ 결성이라는 열매를 맺었다. 그 이릉은 ‘어울림(군산경찰서)’다.

지난 2006년 군산경찰서 권현주 경감과 김상현 경사 등과 의기투합해 동호회를 결성한 것.

어울림은 40여 차례에 걸친 봉사활동과 함께 ‘경찰의 날’, 퇴임식 등 각종 행사에 참여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기초질서 캠페인’ 등 경찰활동에 대한 홍보를 펼치는 색다른 방식을 선보여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이들이 어른신들을 위해 들려주는 음악은 흥겨운 곡. 자칫 외롭게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 때문이다.

허 경사가 색소폰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것은 대학시절 그룹사운드 동아리 회원으로 가입한 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교 체육행사에서 음대 학우들의 관악기 연주를 듣게 됐습니다. 그때 나도 한번 관악기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악기 배우기를 못했던 허 경사가 본격적으로 색소폰을 접한 건 2000년 학원에 등록하면서부터다.

허 경사는 “악기를 배운 지 5년 만에 아내가 알았고, 자비를 털어 산 악기조차 학원에서 빌린 것이라고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이런 허 경사에게 요즘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색소폰으로만 하는 연주형태를 띠어 넘어 트롬본, 트럼펫은 물론 마술에도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은 것. 어르신들에게 색소폰으로만 하는 연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색깔의 음악을 선사할 수 있고, 공연 중간에 마술을 해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다.

21일 군산시 옥산면 ‘대한 수양관 요양원’에 동호인들과 위안공연이 있다며 색소폰 가방을 챙기는 그의 손길은 가벼우면서도 힘찼다.

비록 아마추어지만, ‘아마추어’란 단어가 자랑스러운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는 것 같다.

군산=김장천기자 k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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