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보내고…
스승의 날을 보내고…
  • 박규선
  • 승인 2008.05.2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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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스승의 날이 되면 평소에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다가 ‘스승’이라고 바꿔 불러야 하는 단어만큼이나 우리 교육자 모두를 어색하고 쑥스럽게 만든다. 이런 혼란만큼이나 우리는 ‘선생’과 ‘스승’을 거의 같은 의미로 써왔다. 그러나 의미를 분석하면 사뭇 다른 말이다.

‘선생(先生)’은 먼저 태어나 배워야할 경험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스승’은 원래 사제(司祭)의 의미인 ‘스님’에서 온 말로 정신적 안내자 또는 치유자(治癒者)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자기가 아는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이 아닌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사람을 스승으로 불렀던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 교육자로서 스승의 날만큼 쑥스럽고 또 벅찬 날도 없을 것이다. 어디 교육자뿐이겠는가?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묘한 죄의식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옛날 선생님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자책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나날이 변해 가는 사회 현상 속에서 학교는 많이 왜소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학교 공부는 뒤로하고 학원에 매달린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걸쳐 교실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이 아닌 스승의 길을 가라고 선생님들께 이야기한다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주문이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부신 사회 변혁의 추진력이 학교로부터 기인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에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 곧 국가경쟁력을 기르는 지름길은 교육이다.’라며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전쟁 중에도 교육만은 정상대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굳이 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던 우리나라가 오늘날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온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는 교육자란 ‘선생’의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생’이라는 이름은 그냥 기능인이며, 직업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성직자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하다. 성직자란 그만한 대우가 따르고, 그에 대한 존경심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위대한 학자일수록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교육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학식이 빼어나다 하더라도 가르치는 일까지 잘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거기에는 인격적인 요인까지 동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르치는 일은 학생의 편에 서서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육자가 될 수 없다.

더구나 요즘 학생들은 달달 외우고 쓰던 시절의 피교육생이 아니다. 교실에서 클릭 한번하면 온 세계의 지식과 접할 수 있고, 달리는 인터넷 와이브로로 교육 컨텐츠를 만나는 세대이다. 이런 학생들을 인도하며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은 교육 전문가인 ‘스승’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위식 변화는 우리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학생들은 정체돼 있고 통일된 단체가 아니라 역동적이고 다양해진 개체다. 전체를 하나로 보고 끌고 가면 무조건 실패한다. 문제가 있는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 학생의 현상만을 보면 보이지 않는다. 눈을 돌려 그 학생이 발 딛고 있는 세계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살피는 섬세한 자세가 필요하다.

거기에 우리 선생님들의 고충이 있다. 모두가 자기중심으로만 보기 때문에 전체 학생을 끌고 나가는 선생님들은 너무 힘들다. 더구나 일부 교사들의 문제로 전체 선생님들까지 매도하는 비난의 화살은 사기를 저하시킨다. 그래서는 절대로 교육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결국 스승으로서의 권위를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 ‘스승의 날’에 경건하게 노래를 불러주고, 꽃다발을 안기며, 선물을 준다고 선생이 스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선생님을 믿고,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바람직한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한다. 교육에 학교 안과 밖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박규선<전라북도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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