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협조받으려면 내가 가야 하는데">-2
<李대통령 "협조받으려면 내가 가야 하는데">-2
  • 박공숙
  • 승인 2008.05.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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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 초반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는 달리 두 지도자는 본격적인 현안 논의에 들어가서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쇠고기 파동과 한미FTA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각이 근원적으로 달랐던 만큼 일정부분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결국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단독 회동이라는 의미에 만족해야 한 만남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우선 이 대통령은 검역주권 강화조치를 거론하면서 광우병 쇠고기 수입중단 등의 조치는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수준”이라며 한미FTA 비준안의 조기처리를 촉구했으나 손 대표는 “국민정서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은 한미FTA 문제를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시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쇠고기 문제와 관련, 두 사람은 최대 쟁점인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은 미국과의 추가 협의에서 다뤄지지 않은 부분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이성적, 합리적 판단 못지 않게 국민 생각도 중요하다”며 연령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금지, 30개월 미만이라도 특정위험물질(SRM) 수입금지 등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이 대통령은 “수입업자들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겠다’고 자율결의한 만큼 사실상 수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맞섰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현재 미국과 협상을 진행중인 일본, 대만과의 협상과 비교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수정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으나 손 대표는 끝까지 ‘국민정서법’과 ‘재협상’ 주장을 접지 않았다.

쇠고기 문제와 연계된 한미FTA 비준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만나 ‘한미 FTA가 타결되면 노무현 정부의 최대업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손 대표에게 17대 국회내 처리를 거듭 당부했으나 손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부터 일관되게 한미FTA 비준에 찬성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쇠고기 협상 때문에 FTA문제를 꺼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남북문제와 식품안전 문제 등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의견을 나눴으며 손 대표는 시종일관 ‘쓴 소리’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손 대표가 그동안 수렴한 국민여론을 가감 없이 전달했고, 이 대통령은 손 대표를 ‘전형적으로 소신을 가진 정치인’으로 평가하고, 손 대표의 의견을 주로 경청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남북문제에 대해 “대북식량 지원 차원을 넘어 ‘6.15 정상회담’과 ‘10.

4 정상회담’ 등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긍정적인 정책을 인정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우리가 꽉 막힌게 아니라 새 정부들어 조정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 등에 대해서는 물밑으로 대화도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미국의 대북 쌀 50만t 지원에는 우리 정부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핵폐기 진전, 대북사업 타당성, 우리 정부의 재정부담 능력, 국민적 합의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 4원칙을 설명했다.

식품안전 문제에 대해 손 대표는 “조류독감이나 광우병 사태와 같은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뢰의 위기가 왔다”면서 “특히 중고생들이 촛불시위에 나서고 광우병 괴담이 있는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이 이날 쟁점 현안인 한미FTA 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지만 손대표가 “앞으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는 야당이 되겠다”며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고, 이 대통령이 “서민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강화하겠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위해 자주 만나자”고 화답해 일단 ‘대화의 정치’를 복원하는 데는 일정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날 회동은 2시간 5분동안 진행됐다.

s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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