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 할 747과 삶의 질
날지 못 할 747과 삶의 질
  • 김진
  • 승인 2008.05.15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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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온 사람들은 여행비가 상당히 올랐다는 것을 알 것이다. 또 일본 현지를 다녀 봐도 물가가 왜 그리 비싼지, 체감물가가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면세점 물건가격이 국내 백화점 판매가보다도 비싸고, 나리타공항의 면세점은 인천공항면세점보다 10% 이상이 비싸다. 이러한 현상은 비싼 일본의 물가 외에도 엔화의 강세로 인한 환율변화 때문인데, 환율이 요동을 치면서 우리 국민이 외국을 여행하는 비용도 부담스럽겠지만, 그보다는 기업들의 환차손이 더욱 큰일이다.

어차피 환차손은 국민의 부담

13일 현재, 중소기업들이 기업은행을 비롯한 국민, 신한, 우리 등 4개 주요은행에서 엔화 표시로 대출받은 자금만 해도, 7.256억 엔(약7조원)에 이른다. 이 엄청난 자금을 대출받은 기업들의 환차손이 지난해 저점과 비교하면 거의 19%에까지 이른다고 하니 적잖이 걱정이다. 8억 원 정도를 대출받고 이자를 매월 물었지만, 남은 채무는 10억 원 정도를 갚아야 하는 것이다. 기타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전북은행에서도 엔화표시 대출을 취급하였으니, 현시점에서의 국가적인 환차손은 기업경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권의 환차손 역시 큰 문제이다. 은행들이 해외에서 단기로 차입한 자금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400억 달러(약140조원)를 넘었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화의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금융기관들이 전체적으로 입은 손실은 전체차입금의 5%에 해당하는 7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율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생각에는 ‘열심히 일하고 수출해서 벌면 뭐하느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어렵게 벌어 온 외화를 너무 쉽게 잃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를 이해하는 필자도 엄청난 손실 앞에 입이 쩍 벌어지는데, 배를 용접하고 자동차를 조립하는 현장 사람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환차손은 종국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마의 3공식

정리된 이론은 아니겠지만, 일컫는 얘기들로 <마의3공식>이라는 것이 있다. 공기 없이 3분, 온기 없이 3시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면 사람은 죽는다는 것이다. 아마 3이라는 숫자와의 연관성 때문에 그리들 말하는가 싶다. 흔히들 복잡한 숫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숫자와의 조합으로 명확한 목표나 목적을 설명하곤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제시된 ‘747정책’처럼 말이다.

하지만, 평균 성장 7%, 10년 내에 4만 불 진입, 세계경제 7위권 도약은 잘못된 약속이다.

어차피 원자재 값 상승 등 국제적인 환경변화로 지키기도 어렵게 되었지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달갑지만은 않다. GDP와 경제성장률은 단지 경제적 타산효과만 따질 뿐 삶의 질은 포함되지 않는 숫자놀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원자재 값이 계속 올라 수입이 크게 늘어도 무역규모는 커지는 것이고, 광우병 논쟁에 휩싸인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 업자가 돈을 많이 벌어도 GDP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자원과 환율이다. 우리의 생명을 이어 줄 온기, 물, 음식을 만들어 주는 모든 것이 국제 원자재시장에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환율과 함께 움직인다. 자원과 환율을 다루지 못하면 하늘을 날아야 될 747은 이륙도 못한 채 땅 구석을 헤매게 되고, 그리되면 국민은 한시도 편히 살 수가 없다. 명목뿐인 수치에 불과한 747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국민의 삶의 질이 중요한 것임을 깨우쳐야 한다.

김진<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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