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넘어져도 코깨지는 전북
뒤로 넘어져도 코깨지는 전북
  • 이보원
  • 승인 2008.05.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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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원<경제부장>
전북혁신도시 건설 사업이 뿌리째 휘청거리고 있다.전북혁신도시 조성사업을 주도하면서 본사를 이곳으로 이전할 한국토지공사가 대한주택공사와 통합하기 때문이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토지공사는 핵심기관 중에서 핵심이라는 점에서 전북혁신도시 사업 자체가 자칫 속빈강정, 빈 껍데기가 될 공산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조만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예상되는 공공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전북이전이 확정된 한국토지공사와 경남 진주로 이전할 대한주택공사가 인력구조조정 없이 1대1로 통합한다는 것이다.

통합에 대한 두 기관 구성원들의 심적 부담과 불안감은 모두 마찬가지겠지만 강도는 사뭇 달라 보인다.

조직 규모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토공 측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패닉(공황)상태라는게 직원들의 반응이다.본사에 한발 벗어난 지역본부직원들은 현안업무추진 등으로 겉보기엔 평온한 듯 하지만 정부 발표와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차원에서 투쟁도 불사한다는 시나리오도 이미 작성된 듯 하다. 인력구조조정 없는 1대1 통합이지만 가당치 않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택지개발사업등에 민간참여를 허용하는데다 전체조직원수가 7천 명(주공 4천385명, 토공 2천805명)이 넘을 공룡조직이 인력구조조정 없이 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더구나 토공임직원들은 과거 농협과 축협의 통합 전례에서 보듯 조직규모가 2배인 주공 중심으로 통합이 이뤄지면 토공 직원들은 아웃사이더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습들이다.이러한 조직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뿐만 아니라 낙후 전북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북혁신도시는 모든 것이 흔들리고 노무현정권이 추진해온 국토균형발전도 물거품이 되면서 수도권 집중화만 오히려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제기한다.주공도 통합에 따른 불안감은 적지 않겠지만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정부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공기업이 감히 정부의 정책에 역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통합시 구조조정만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반응이다.구조조정없는 1대1 통합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통합추진은 일단 주공 측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통합에 대한 두 기관의 찬반 양론, 논란이 증폭되면서 전북발전의 기폭제가 될 전북혁신도시 건설사업까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고 있다. 현재 정치적 역학구도와 두 기관의 통합 이후에 제기될 수 있는 헤게모니 싸움에서 두 기관의 통합이 전북혁신도시 건설사업에 유리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다.

두 기관 모두,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전 희망지를 조사할 경우 전북지역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지리적으로 가까운 전북으로 이전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지 않겠느냐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지역에서 야당지역으로 변화된 정치적 현실과 정치권의 역학 구도로 볼 때 통합기관의 본사가 전북으로 옮겨 올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유명무실한 통합기관의 지역본부정도나 입주하지 않을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제기된다.모처럼 낙후탈피의 전기가 될성 싶었던 전북혁신도시가 첫삽을 뜨자마자 이전기관통합으로 자칫 물거품 위기에 직면했다. 뒤로 넘어져도 코깨지는 형국이다.정부와 집권여당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10%대로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한나라당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전북민심을 어떻게 대접할지,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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