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와 식품안전
GMO와 식품안전
  • 김흥주
  • 승인 2008.05.1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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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타결된 한미 쇠고기 협상을 두고 광우병 괴담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식품안전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월 1일 식용으로 사용할 미국산 유전자 변형 옥수수 5만 7000톤이 국내에 처음으로 수입되었다. 그 동안 가축 사료용으로 수입되기는 했지만 이번과 같이 식용으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이 또한 심각하게 우리의 식품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이다.

현대의 식품안전 문제는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세계화된 농업은 다량의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고 있어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장애가 되고 있다. 집단사육에 의한 육류생산과 가공, 지구촌을 넘나드는 장거리 대량 유통이 식품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생산과정은 물론이고 수송과 검역과정에서 안전성이 침해될 수 있고, 소비자는 이 과정에 전혀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공포는 더욱 심해진다. 장시간ㆍ장거리 유통을 위한 식품첨가제의 다량 사용도 문제며, 패스트푸드의 확산, 집단급식의 증가도 식품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식품안전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기아와 궁핍으로부터 인류를 구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과학권력의 힘을 빌어서 전 세계 식품시장을 휩쓸고 있는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생명공학 또는 유전자 조작기술을 활용하여 새롭게 만들어진 생명체를 의미하는데, 조작이 벼나 감자, 콩, 옥수수 등 농작물에 행해지면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되며, 이 농산물을 가공하면 유전자조작 식품이 된다.

유전자조작 농산물 위협

이러한 GMO의 유용성을 두고 세계는 논의가 분분하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옹호론 측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계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은 생산성 증대밖에 없는데, 기존의 기계 및 화학의존형 농업의 생산력은 한계가 있으며, 이를 메울 대안이 바로 농업생명공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지나친 기술결정론이며, 식량의 둘러싼 거대 곡물메이저의 지배전략을 의도적으로 간과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실 주변부의 기아문제는 생산 부족이 아니라 분배의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더구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개발은 미국의 거대 농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개발 분야도 콩, 옥수수, 면화, 유지작물과 같이 미국이 세계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이들 거대 농기업의 세계시장 점유는 더욱 커지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종자의 개발에서 가공식품의 제조와 유통에 이르는 식품연쇄의 전 과정이 강하게 통합되고 있다. 이는 초국적 기업의 ‘종자-농약-곡물-식품-레스토랑 체인점’ 등이 연쇄 구조를 말하는데, 이를테면 ‘몬싼토의 GMO 콩종자 - 몬싼토의 제초제 - 카길의 곡물유통 - 네슬레의 콩 샐러드 - 맥도널드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이 이루는 독과점 체계가 좋은 예라 하겠다.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발달과 GMO 농산물의 전 세계적 확산은 다음 세 가지의 불평등 현상을 만들고 있다.

첫째, GMO를 개발하는 초국적 농업자본은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반면에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생태적, 건강상의 위험성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 더 나아가서는 지구 전체가 부담한다.

둘째, 좀 더 범위를 좁혀본다면 돈 있는 선진국은 유기농산물을 먹게 될 것이며, 반면 돈 없는 개도국이나 빈민층은 값싼 GMO 농산물을 먹게 될 것이다. 또한 힘없는 개도국들이 앞으로는 주요 GMO 재배국이 될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생태적, 건강상의 위험부담을 불평등하게 만드는 결과이다.

GMO, 사회적 관심 필요

셋째,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다국적 농업자본의 식량연쇄(food chain) 독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주변부 농민들은 저발전의 경제적 예속상태에서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으며, 그들의 배고픔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통 지역농업은 말살되며, 먹을거리의 안전성은 더욱 위협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일부 거대 농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GMO 중심의 글로벌 푸드시스템이 우리의 식품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커다란 걸림돌인 것이다.

광우병도 중요하지만 그 사이에 슬그머니 수입되기 시작한 미국산 식용 GMO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기이다. 식품안전과 식량주권은 개인 건강을 넘어 사회지속성과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흥주(원광대 복지보건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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