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연구
복잡계 연구
  • 소인섭
  • 승인 2008.05.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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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부터 서울에서는 제6회 디지털 서울 포럼이 열렸다. 상상력이란 주제로 열린 서울 포럼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모였다. 그들의 발표를 듣다보면 모든 학문들은 이미 그 경계가 무너졌으며 이제는 미크로에서 마이크로까지 엉키고 뒤섞여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수학의 새로운 장인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복잡성은 자연의 숨은 얼굴이다. 우리 주위의 자연을 잘 살펴보면 복잡성은 사실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흘러가는 구름, 계곡의 급류와 폭포 흐름, 태풍의 불규칙한 진로, 기상이변, 산과 숲의 불규칙한 모습, 번개의 갈라진 궤적 등에서 복잡성을 느낀다. 사실 자연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모습이 아니라 엄청난 역동성과 변동성 속에서도 기묘한 안정성과 규칙성의 질서 구조를 유지해 나간다.

현대는 바야흐로 비예측성 사회 및 복잡성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정치의 역동성, 다국간 국제관계의 비예측성, 경제 시장에서의 주식과 환율의 변동성,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상 등 사회, 경제, 정치적 현상에서 미세한 차이가 끝없이 증폭되며 비예측적인 큰 변화가 야기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지식 경제 시대에서 정보가 저비용으로 광속으로 확산하고, 다원화와 예측 불가능성의 특성이 부각되며 경쟁원리 자체도 변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안정된 기술체제 하에서 표준규격품의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과 품질관리가 경쟁력 확보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체제에서는 끊임없는 차세대 첨단기술의 개발과 경제 주체 간 자기 조직적 협력을 통한 수확체증의 원리에 따라 경쟁력이 확보된다. 이러한 경쟁원리의 변화는 경제의 역동적 변화 및 개체 간 상호 협력을 토대로 한 생태계적 질서에 초점을 맞추어 복잡계적 경제로서의 새로운 틀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환율 등 시장경제계뿐 아니라 진화·면역·뇌·생물집단·생태계 등 생물학계, 인구문제·지구온난화·산림감소 등 지구 환경, 더 나아가 사회 문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복잡계의 개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사실 복잡계 연구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환경 속에서의 생체 복잡성은 미국 과학재단의 3대 과제 중 하나이다. 또한 영국 수학학회가 20세기를 마감하며 일단의 수학자들에게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학의 문제”를 들라고 했을 때 복잡성과 이와 밀접하게 관련된 기상예측과 난류에 관련된 것이 10대 문제로 선정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현대과학의 빠른 흐름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면 그 동안 그 외곽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고 있던 복잡계의 패러다임을 피해갈 수는 없게 되었다. 복잡계 수학의 연구는 학문 간의 벽을 넘는 새로운 학제적 패러다임이 될 것이다. 복잡계의 과학은 전통적인 과학에 대한 단순한 반란에서 나아가 새로운 방법론으로 무장하여 주류과학의 대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는 이제 복잡계 수학이란 새로운 눈으로 자연과 사회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21세기는 무한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 복잡계를 지배할 수 있는 나라가 세계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 흔히 21세기는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복잡계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정립한 시오자와 요시노리는 문제의 복잡성을 인식하는 것이 지식의 시작이라고 하였다. 21세기 들어 물질·자본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 중심의 기반사회로 넘어가며 질서에서 혼돈으로, 대립에서 융합과 포용으로, 정적 세계에서 역동성으로, 수직·획일성에서 수평·자기조직성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인수<전북대 수학통계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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