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룡
문창룡
  • 한성천
  • 승인 2008.05.08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NIE논술 연재(63)

자신의 글에 마법을 걸어라.

어떤 부부가 심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화가 난 남편은 “당신의 것을 전부 챙겨서 나가!”하고 소리쳤다. 아내도 화가 나서 커다란 가방을 들고 남편 앞에 왔다. 그리고는 가방을 쫙 펼치며 “이 속으로 어서 들어가세요!”라고 말했다. 남편은 어이가 없었지만 아내가 자기만을 의지하며 세상 전부로 알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스갯소리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남자의 길에 여자는 에피소드가 될지 몰라도 여자의 길에 남자는 히스토리가 된다.’는 말도 있다.

논술을 이야기하며 우스갯소리를 하니 무슨 영문인가 하겠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다투는 상황에서도 가방 속에 들어가 달라는 아내의 위트가 남편의 마음을 녹였듯 깐깐하게 전개되어지는 글속에 나타나는 매력적인 해학이나 유머, 창의성 등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저명한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칼릴 지브란(1883-1931)은 ‘당신이 글을 쓰고 싶다면 반드시 지식과 기술과 마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글쓰기의 지식과 기술에 관하여는 이미 여러 방법을 통해 강조한바 있다.

칼릴 지브란이 말하는 마법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마법은 마녀가 거는 주술과 같은 것일까? 마술가의 화려한 쇼와 같은 것일까? 필자가 단언컨대 칼린 지브란이 말한 마법은 주술도 쇼도 아니다. 창의성이고 감성이며 영혼을 자극하는 영성을 가리킨다. 자유를 주는 메시지다. 꾸밈없는 가슴이며 독자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피 흘리는 상처이거나 미소 짓는 입가에서 나오는 노래다. 그러기에 마법을 속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열광이나 감동이 없다. 속임에 대한 의문점만이 머리를 혼란하게 만든다.

우리 민족문학의 자존심이자 큰 별이셨던 박경리 선생께서 며칠 전 타계하셨다. 선생은 25년간 원고지 4만장을 써내려가며 한국 문학사의 큰 산맥으로 남을 만한 대하소설 토지(土地)를 완성했다. 토지는 TV드라마로도 세 차례나 제작되었고 그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것은 토지가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에 부합하는 서사의 힘을 발휘한 소설이라는 증거다. 필자는 소설 토지야말로 칼린 지브란이 말한 지식과 기술과 마법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토지를 읽으며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호흡과 긴장감 넘치는 흡인력은 경험해 본 사람은 필자의 말에 공감할 것이다.

박경리 선생이 타계하기 직전 현대문학에 발표한 시(詩) ‘옛날의 그 집’의 후반부에 나오는 ‘아아 편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의 절창이나 지난해 받은 동인 문학상 수상 작품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의 글에 마법을 거는 이 시대의 강인한 여인네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논술을 잘 쓰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글에 마법을 걸어라. 칼릴 지브란이 말하고 박경리 선생이 그랬던 것처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