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자율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학교 자율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
  • 한기택
  • 승인 2008.05.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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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는 ‘학교 자율화 추진 계획(이하 학교 자율화)’을 발표하였다.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을 위한, 학교 중심의 자치 기반 마련’을 위해서 자율성을 저해하는 29개 지침을 즉시 폐지하고, 규제성 법령 조항 13개를 6월중에 정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학교 자율화 조치는 지방교육자치를 내실화하고, 최종적으로 학교자치를 완성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되어 환영하는 바이다.

그러나 교육단체간에 학교 자율화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다를 뿐만 아니라 의견 대립도 만만치 않아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 자율화는 공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당연한 조치”라며 찬성하고 있으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의 공공성을 포기한 자율화 계획은 교육 대재앙의 선포”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금년 1학기부터 추진할 교육정책이라면 적어도 6개월 전에 발표했어야 한다. 충분한 여론 수렴과 사전 준비가 없는 가운데 1학기가 시작한 뒤인 4월 15일에 밀어닥친 학교 자율화의 지진해일(쓰나미)에는 어느 누구도 묘안을 찾기에는 힘이 버겁고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교육청, 초·중등교육 현장,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혼란스럽기는 교육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 걱정되는 것 몇 가지를 필자가 <교육이 울고 있네요>라는 노래 말 형식으로 정리해 보았다.

<설익은 영어 몰입교육에 영어교육이 울고, 0교시 수업에 학생들 건강이 울고 있네/우열반 편성에 열반 학생들이 울고, 이동식 수업에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울고 있네/자주 바뀌는 교육정책에 선생님들이 고통받고, 방과후 수업시 학원강사 투입에 공교육이 울고 있네/자립형 사립고 확대에 고교평준화가 울고, 기숙형 학교에 기타 학교가 울고 있네/교육예산이 부족한 교육청이 울고, 교육여건이 나쁜 학교가 울고 있네/흔들리는 교육정책에 학생들이 울고, 사교육비 폭등에 학부모들이 울고 있네/개혁조급증 교육정책에 일선학교가 울고, 졸속 교육정책에 교육청이 울고 있네>

교과부는 왜 이렇게 울고 있는지를 빨리 파악해야 한다.

지금 교육청과 학교가 자율적으로 자치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첫째로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관치행정(官治行政)에서 자치행정(自治行政)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고 둘째로 시·도교육청과 학교의 교육재정의 규모와 학교 여건에 빈부 격차가 심해 학교 자율화의 격차가 걱정된다.

학교 자율화 조치가 잘못하면 교육 균등화와 교육 질의 향상이라는 동시 목표를 달성하기보다는 소수만 길러내면 된다는 정책으로 변질 될 수도 있으며, 자율화라는 이름으로 교과부가 국가의 책임을 방기(放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학교 자율화는 교육기본법 제4조에 명시된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간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에 기초해야 하며, 학교 자율화는 그 수혜자가 학생인 만큼 학생들의 자유와 선택을 존중하는 학생 중심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교과부는 이명박 정부 당대에 효과를 올리려고 조급하게 정책을 만들고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하려고 하거나 교육 문제를 경제 논리로 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교육청,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시·도교육위원회, 시·도의회도 관치행정(官治行政)을 탈피하여 스스로 좋은 학교, 일류 학교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가야 하며, 교원단체들도 학교 자율화를 위해 반대만 하지말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학교 자율화에 앞장서야 하며 선생님들께서 머리띠를 두르고 천막을 치고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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