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없는 학교 급식
닭고기 없는 학교 급식
  • 소인섭
  • 승인 2008.04.2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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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섭<문화교육부>
전북교육계 수장과 함께 닭고기 시식 캠페인이 잡힌 28일 점심. 이날 초·중·고교의 급식실을 찾는 일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 문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각급 기관은 캠페인성 시식회를 잇달아 열고 도민과 관련 주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 파급 여부에 더욱 관심이 갔던 터였다. 온 국민의 관심사가 돼 버린 AI바이러스 출현. 그러나 닭 소비 감소현상은 전북만큼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닭 유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어서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 만큼은 닭고기가 천대를 받고 있다. 요는 이렇다. 아무리 안전하다는 캠페인을 벌여도 학교급식에서 닭고기를 구경하기가 어렵다. 일반인의 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무위에 그친다는 사실이다.

이날 오전 11시 무렵, 전주시 효자동 한 중·고교 관계자는 닭고기 조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행정실장은 익힌 닭고기가 안전하다는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눈치였다.

“언론이 문제죠. 안전하다고 어떻게 장담해요. 과학적으로 안전하답니까?”라며 공연히 언론에 책임을 넘겼다. 안전하다는 공식 발표가 있었지 않았느냐며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제야 “믿긴 믿죠.” 하며 얼버무렸다.

그는 조리장의 말과는 다르게 도교육청에서 안전하다는 공문을 받지 못했고 가정에 통신문을 발송도 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이 학교는 이날 닭고기 없는 조기와 김치찌개가 준비되고 있었다. 인근 초등학교와 중학교 조리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학교장이 닭요리를 막았거나, 영양사가 아이들 얘기를 듣고 거의 한 달째 식탁에서 요리를 빼 버린 것이다.

학부모들의 예민 반응도 큰 문제다. 급식인원이 중·고교 학생 모두 2천여 명이나 되는 한 학교의 조리장은 “학부모들이 학교와 조리실로 전화해서 닭요리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또 다른 학교 영양사도 같은 말을 전해 줬다. “엄마가요, 닭고기가 나와도 절대 먹으면 안 돼 너.”하고 아이들 등교길에 당부한다고 전언했다.

섭씨 100도에 수초만 익혀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캠페인이 무색한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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