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태규 "새로운 변강쇠는 여자들의 영웅"
봉태규 "새로운 변강쇠는 여자들의 영웅"
  • 박공숙
  • 승인 2008.04.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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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가루지기'(감독 신한솔) 주연배우 봉태규.
“관객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을 원하면서도 기존 것을 생각하니까 모순이 있는 거죠. 새로운 변강쇠는 예전의 변강쇠가 아닙니다.”

봉태규가 변강쇠가 됐다. 영화 ‘가루지기’(감독 신한솔)에서다. 유약해 보이는 이미지의 봉태규가 변강쇠를 맡았다고 할 때부터 이미 우리가 아는 변강쇠가 아닐 것이라 짐작됐다. 역시나. ‘가루기지’의 변강쇠는 성적 콤플렉스와 함께 좋아하는 여자에게 말 한마디 못 건네는 순진한 남자로 그려졌다.

‘가루지기’는 몇몇 장면 여배우의 노출신이 있긴 하지만 야한 영화가 아니다. 변강쇠의 ‘강한 능력’은 마을 여인네들의 흥겨운 노래 가락과 산불을 끌 정도로 센 소변줄기, 코믹한 괴성으로 표현될 뿐이다. 강한 남자 변강쇠를 성적 능력이 아닌 사람에 대한 사랑이 강한 남자로 그리려 했기 때문.

그렇기에 1980년대 만들어졌던 이대근 주연의 영화 ‘변강쇠’시리즈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 봉태규는 바로 그 지점을 짚어냈던 것.

충분히 예상 가능한 관객의 혼란에 대해 봉태규는 “새로운 것을 하면서 보여주는 사람이 받아주는 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고 우려해 만든다면 새로운 것을하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기존의 것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변강쇠’라는작품 자체가 저평가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뽕’ ‘변강쇠’ 등이 현재 한국영화사에서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잖아요. 처음부터 강했던 전작 ‘변강쇠’와는 달리 ‘가루지기’에서는 약했던 남자가 갑자기 강해지게 되죠. 그러니까 변강쇠의 콤플렉스도 그릴 수 있는 것이고, 사랑하는 여자에게 다가서지 못하면서 어둡게도 그린 겁니다.”

영화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 봉태규는 새로운 변강쇠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변강쇠를 둘러싼 동네 아낙들의 요란법석한 소란 속에서도 그는 한 여자를 향한 진심을 정성껏 전달한다.

그에게 할멈(윤여정 분)과 주모(전수경)의 캐릭터가 너무 세서 정작 강쇠의 첫사랑인 달갱(김신아)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져 보인다고 말했다.

“할멈과 주모, 그리고 동네 아낙네들은 모두 한몸입니다. 할멈과 주모가 머리와심장이고 나머지 아낙들은 팔과 다리인 셈이죠. 그들은 늘 최소한 8명 이상 같이 등장하니, 신인배우인 달갱이가 감당하기 어려웠을 거예요(웃음). 달갱이는 판타지예요. 변강쇠가 보는 환상.”

그러면서 그는 ‘가루지기’가 굉장히 여성성이 강한 영화라는 점에 주목해달라고말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변강쇠가 보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알 수 있는 변강쇠는 마을 여자들에게 다산을 상징하는 영웅적, 신적 이미지가 있죠.”

변강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될 관객은 어떤 평가를 내릴까.

“영화를 보더니 최동훈 감독 등 연출하는 분들은 ‘신한솔 감독이 하고 싶은 것 원 없이 했구나’라는 반응이세요. 뮤지컬적 요소를 집어넣은 것도 새로운 시도잖아요. 그런 시도들을 관대히 평가해줘야 다음에 또 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관객이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이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 생각하고 오셨으면 해요. 예전걸 다시 보고 싶은 건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인지.”

숱하게 들었을 질문. 도대체 왜 변강쇠를 한다고 했을까. 소속사에서조차 “감독이 널 꼬드기려고 좋은 말만 하는 것”이라며 말렸음에도.

“물론 변강쇠 이미지가 부정적이어서 신경이 쓰이긴 했죠. 그런데 감독님을 뵙고 하고 싶었던 연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봉태규도 감정에 호소하고,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겠다고. 봉태규, 하면 코미디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작품이 코미디일 줄 알았는데 역으로 전혀 뜻밖의 영화였다면 더 충격이 크지 않을까요. 하하. 전 정말 맘껏 연기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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