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대학만의 축제
특정 대학만의 축제
  • 김효정
  • 승인 2008.04.23 18: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정<문화교육부>
지난해 문광부 선정 예비축제로 지정된 ‘전주한지문화축제’는 전주 한지의 명성을 이어가고자 전주시가 전략적으로 키워 나가고자 하는 축제 중 하나다.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듯 시에서는 올해 예산을 늘리고, 조직을 새롭게 구성하는 등 출발부터 의욕적이다. 그러나 새롭게 구성된 조직을 살펴보면 조직 위원장을 비롯해 연구실행위원장, 사무국 총감독, 공예대전 운영위원장 등 조직의 주요 요직을 모두 특정 대학에서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지역 여론이 좋을리가 없다. 또 이번에 조직운영을 맡고 있는 대학이 평소 한지산업에 주력하고 있던 터라 전주시가 이번 축제를 통해 특혜를 부여 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다. 앉아서 ‘밥그릇 싸움’ 하자는 것이 아닌, 적어도 진짜 일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자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이번 조직 구성은 누가봐도 ‘끼리끼리 문화’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듯 싶다.

조직위원장에게 심사위원 구성의 권한을 부여한 공예대전의 경우 공모전의 특성상 지역의 파벌에서 벗어나 공정성과 객관성 문제를 걸고 넘어진다 하더라도, 축제 운영의 문제는 공모전과는 또 다르다.

지역의 축제는 지역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 그들이 제자리에서 주인 의식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갈 때 그 축제는 성공의 지름길로 갈 수 있다. 그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수용하고 이들이 축제에 주인 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조직위가 배려해야 할 부분이다.

축제를 만들어 가는 일꾼들이 특정 단체에만 몰려 있는 것은 사고의 획일화와 또 다른 파벌주의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학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전북 문화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비단 전북뿐만이랴. 전국 어딜가도 이러한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이처럼 특정 기관이 주도하는 행사가 과연 모든 사람이 즐기고 수용할 수 있는, 말 그래도 축제의 의미를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명품축제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전주한지문화축제가 내달 2일 그 문을 연다. 그러나 성공적인 축제의 개최를 위해서는 민·관·학 모두가 조화를 통한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