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맹으로부터 벗어나라
생태맹으로부터 벗어나라
  • 장선일
  • 승인 2008.04.2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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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12일간의 우주탐사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에 귀환했다. 한반도의 인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밝은 웃음으로 그녀는 우주에서 본 “한반도는 하나였다”고 밝은 미소로 답했다.

그렇다 우주상에서 본 한반도는 지구도 하나인 것처럼 하나인 게 분명하다. 우주상에는 수많은 별이 있고 저마다 다른 빛을 띠고 있는데, 지구는 작지만 가장 아름다운 푸른 녹색 빛을 띤 우주상의 유일한별이다. 생명체가 있기에 지구는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는 별일 것이다.

생물은 다른 생물체와 더불어 무생물이 포함된 지구상의 환경에서 계속적인 상호관계를 유지하면서 존재한다. 예로서, 나무의 뿌리는 토양으로부터 물과 무기물을 흡수하여 잎으로 공급하고, 잎은 물과 무기질 그리고 빛을 활용하여 양분을 만들어 내어 스스로를 유지하고 번식하면서 초식동물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초식동물은 인간을 비롯한 육식동물에게 양분을 공급하는 동시에 그들의 배설물은 미생물에게 좋은 먹이를 안겨 준다. 이와 같이 지구의 자연환경은 끊임없는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여 우주상에 가장 아름다운 푸른 별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한반도는 뉴타운과 더불어 대운하 개발이라는 뜨거운 환경파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생물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외면하고 다른 생명은 물론 무생물이 서로 어우러진 관계를 끊은 채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글과 컴퓨터 그리고 재테크를 모르는 사람을 우리는 문맹과 컴맹 그리고 재테크맹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자연생태계를 외면하고 모르는 사람은 무엇으로 불러야할까? 바로 생태맹(ecological illiteracy)이라 부른다. 환경학자 데이비드 올은 “자연과 화합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 정서, 교감의 가치를 옳게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자연의 오묘함, 신비함과 풍성함을 모르는 사람을 뜻 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생태맹은 동료들로부터 배척당할 위험 때문에 다른 분야까지 자신의 관심과 사고영역을 확대시키지 못하고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상태에서 자연을 외면한 채 콘크리트와 같은 산업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산업화에 모든 관심으로 돌려놓았다. 우리나라도 뒤질세라 아침 6시면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우리 모두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라는 새마을 운동 노래와 함께 나무를 베어내어 길을 넓히고 건물을 건설한 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집집마다 자가용이 한 대 이상 있을 정도로 되었다.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환경성 질병의 유병율이 급속히 증가되어 의료부담이 가중되어 왔다. 또한 도심 속에서 이상한 외래어와 신조어가 등장하면서 자연에 사는 생물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이것을 풍요 속에 빈곤이라 했던가?

원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나들이할 때 이것은 무슨 나무에요? 이 꽃은 예쁘다. 그런데 무슨 꽃이에요? 등등 끊임없는 질문세례를 퍼부어 어른들을 진땀 빼게 한다. 어른들은 산업화 열풍 속에서 세분화되고 전문화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자연생태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진땀을 빼는 일은 당연하지 않을까?

요즘 서울에서는 유치원에 특목고 반이 인기라 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나 배우는 산수와 수학 그리고 영어를 초고속으로 배우게 하는데, 한 달에 사교육비만 2백만을 호가한다고 한다. 자연을 배워야할 우리아이들에게 누가 이런 교육을 조장하고 있단 말인가?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별을 지키고 인류의 앞날을 이어가자면, 생애 최초 교육기관인 유치원부터 자연계에서 모든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생태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유아기는 자연과 눈높이를 같이하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기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삶의 질을 추구하는 스웨덴 같은 선진국에서는 유아기부터 생태교육을 시작한다는데, 우리도 이제 특목고가 아닌 생태교육의 내용과 의의를 짚어보고 시행을 서두를 때가 되었다.

수도권의 자연생태를 더 파괴하고 싶은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 후 강북의 뉴타운 공약이 문제시 되자 한나라당과 서울시는 서로 물어뜯기 식 논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검찰 조사에 이르는 한심한 작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바로 이들이 생태맹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지난 대선에서도 대운하 공약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재테크 문화가 발달하면 할수록 생태맹이 더욱 늘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지금 지역은 한미 FTA 협정에 따른 전면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 AI 발생에 따른 살처분과 생태 문제 게다가 85% 이상 토지 분양이 이루어진 혁신도시의 추진 논란 등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생태숲을 살리고 자연과 공존하면서 환경성 질병을 예방하려는 지역도 있다. 이들의 노력이 눈물겹지 않은가? 이제 정부는 이러한 지역민들의 바람을 수용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 친화형 정책을 펼쳐보면 어떨까?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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