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행복을 만드는 가족여행(이소애 시인)
[기고] 행복을 만드는 가족여행(이소애 시인)
  • 김효정
  • 승인 2008.04.17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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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은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한다. 많은 인파 중에서도 우리 가족끼리는 쉽게 눈에 띈다. 가족 중 어느 누가 아프게 되면 온 식구들이 정신적인 고통을 공유하게 된다.

아프리카 케냐 여행 중에 코끼리 가족들의 조용한 이동을 보고 나는 새삼 가족의 의미를 깨달았다.

힘이 센 코끼리가 맨 앞에서 긴 행렬을 이끌고 푸른 초원을 걸어가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바다표범을 보라. 어미 표범이 먼 바다로 오랜 시간 나갔다가 뭍으로 오면 용케도 자기 새끼를 찾아서 젖을 물린다고 한다. 이는 유일한 자기 새끼의 냄새를 알기 때문이란다.

내가 어렸을 적의 어머니는 귀가 퍽 밝았던 것 같았다. 동구 밖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발짝 소리 하나로 아버지와 자식들을 알아맞힌 기억이 난다. 아마 우주에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있어 서로 비슷한 것끼리는 파동을 일으켜서 가족 간의 결속을 갖게 하는지도 모른다.

자녀들을 결혼시킨 후부터는 가족여행이란 생각뿐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매 주마다 가족식사나 여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요즈음에는 손자들의 과외공부 때문에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미술관이나 박물관등으로 손주녀석들 숙제를 핑계삼아 가족들이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도 한다. 그래도 쉬는 날이면 마음껏 뛰놀았으면 하는데도 그러한 말을 나는 참는다.

어린 시절에 기억하고 있는 민들레나 할미꽃, 탱자나무 울타리, 사시나무가 있는 뒷동산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사물과는 전혀 다른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러기에 어린 시절의 가족여행은 평생의 추억을 심어주는 풍광이렷다.

고창 청보리밭에서 불어본 보리피리 소리가 아직 귀에 감감하게 들리는 것 같다. 보리밭 사이로 달리기를 하는 손주들이 나를 어린 시절로 되돌린다.

손주들 뒤에는 부모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쉴 틈 없이 뛰어다닌다. 무주 스키장에서에서의 가족여행은 자녀들이 스키를 타며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만 바라보아도 나는 즐거웠다. 좁지만 삥 둘러 앉아서 나누는 저녁식사와 노래방에서의 율동들이 서로의 친밀감을 갖게 한다. 가까운 전주식물원에서 가서 계절마다 피어나는 야생화를 보기도하고 바닷가에 가서는 자연환경의 생태를 체험하기도 한다.

서천 해수욕장 야외에서 맛있게 먹은 식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아이들이 모래밭에서 뛰어놀면 어른들은 그동안 나누지 못한 정담을 나누며 술잔을 돌리기도 한다. 바닷바람에 추위를 느낄 때에는 따끈한 커피 한 잔이 그만이지. 가족여행은 맺힌 가족들 간의 불협 화음에도 도움이 된다.

무관심을 끈끈한 정으로 다시 묶어주기도 한다.

우리가족은 전남 고흥군에서 실시한 밤하늘의 별자리를 분양하는 이색사업에 분양신청을 하였다. 우주인 이소연 씨처럼 우주선 소유스호를 타고 온 가족이 우주여행을 떠날 미래를 위해서였다. 가족여행은 서로를 위해 챙겨주고 서로를 껴안을 줄 아는 삶의 체험학습장이 아닐까. 사회공동체를 체험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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