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민심 깊게 새겨야
총선민심 깊게 새겨야
  • 이병주
  • 승인 2008.04.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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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정치부장>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제18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전북지역 총선결과를 놓고 보면 유권자들은 역대 총선과는 달리 어느 누구의 손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전북을 텃밭으로 했던 통합민주당의 경우 내심 도내 전체 의석(11석) 싹쓸이를 기대했지만 9석을 획득했고, 4곳에서 선전했던 무소속은 2석을 건졌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지역민심은 민주당과 현역의원에 대한 준엄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무소속 당선자 2명이 범(凡) 민주당 후보로 분류될 수는 있지만 유권자의 반란이 분명하다.

무소속 당선자들은 5선에 도전했던 현역의원과 불출마를 선언한 6선의 전 국회의장이 지원했던 민주당 후보를 각각 물리치고 여의도 입성 티켓을 따냈다.

이들 지역은 밑바닥에 현역 중진의원에 대한 반감(反感)이 짙게 깔렸던 곳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현역의원과 후보는 이러한 지역정서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채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과거의 공식에만 매달려 안주한 탓에 무소속 후보들에게 밀려났다.

‘민주당 깃발만 꼽아도 당선된다’는 안이함과 오만함에 대해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전북은 유권자의 선택보다는 공천이 더 중요했고, 그래서 정치지망생 등은 민주당 공천에 목을 맸던 게 사실이다.

선거철만 되면 본선보다는 예선인 공천전이 더 불꽃을 튀겼다. 심지어는 ‘고향으로 오줌 한 번 눈 적이 없는 사람’이 공천경쟁에 뛰어들고 또 이런 사람이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는 극단적인 상황이 전개 될 정도였다.

이번 총선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본선 경쟁력은 뒷전이 되고, 그 결과 경쟁력 있는 무소속 인사들이 ‘무소속 연대’를 결성하고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총선에서 전북 유권자들은 “중앙 정치에서 뭘 했고, 뭘 할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주요한 기준으로 선택했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누구보다 민주당은 전북 유권자의 무서운 선택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전북지역 47%의 투표율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총선 사상 최저치일 뿐만 아니라 전국규모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기록이어서 이번 투표율의 메시지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없다.

이는 사실상 정치권 전체에 대한 심판과 다를 바 없다.

자기 밥그릇 다툼이나 하는 파당정치, 후보 등록일이 다 돼서야 공천을 확정짓는 등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공허한 ‘국민을 위하는 정치’에 대한 꾸지람이다.

물론, 투표를 포기한 과반의 유권자들 또한 민주국가 시민으로서의 책임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성숙된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전북을 텃밭으로 하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총선 결과의 뜻을 깊이 새기고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4년간 민심을 제대로 읽고 순응하는 정치를 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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