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이론
매듭이론
  • 송영석
  • 승인 2008.04.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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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10세기경 푸리지아 왕국의 수도인 고르디온(Gordion) 에서는 신전 기둥에 밧줄에 묶인 수레의 매듭을 푸는 사람이 세상의 지도자가 된다는 예언이 전해 내려왔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매듭을 풀고자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마침 알렉산더 대왕이 원정을 가다가 고르디온에 들려 단칼에 끊어버리는 방법으로 이 매듭을 풀고는 고대 오리엔트를 통일했다고 한다. 고르디온의 매듭 이야기는 문제를 간단명료하게 생각을 해야 오히려 쉽게 풀린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 이 이야기는 매듭을 푸는 일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한다.

수학에는 매듭이론이라는 분야가 있다. 매듭이론에서는 하나의 매듭을 끊지 않고 매끄럽게 움직여서 다른 매듭으로 바꿀 수 있을 때, 같은 종류의 매듭이라고 한다. 따라서 모양이 달라도 매듭이론의 관점에서는 같은 종류의 매듭이 될 수 있다. 매듭이론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 매듭의 종류를 분류하는 것으로 수학자들은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매듭을 분류하는 기준 중의 하나는 교차점의 개수이다. 교차점이 없는 고리와 같은 모양은 영 매듭이라 한다. 어린 시절 즐겨하던 실뜨기에서 하나의 모양을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 있지만, 수학적으로 볼 때에는 모두 영 매듭이다. 19세기 말 영국의 수학자 테이트와 리틀은 교차점의 수가 10개 이하인 매듭을 거의 분류해냈다. 1900년에 이르러서는 그는 리틀 교수와 함께 교차점의 수가 10개 이하인 매듭을 거의 분류해 내게 된다. 교차점 수가 9개인 매듭이 수십 개이고, 10개인 매듭이 수백 개가 되어 매듭의 수가 교차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되어 단순히 나열하는 방법을 통한 연구는 곧 한계에 도달함이 자명하다. 매듭의 종류는 교차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크게 증가하는데, 교차점 수가 9개인 매듭은 수십 가지이고, 10개인 매듭은 수백 가지가 된다. 최근에는 교차점이 16개 이하인 매듭을 1,701,936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더욱이 매듭이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두 매듭이 실제도 같은지 다른지를 판별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매듭이론은 물리학의 양자장 이론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암호시스템 기술을 개발하는데 이용되고, DNA 복제 과정을 밝히는 데에도 활용된다. DNA는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원 모양을 이룬다. 이 때 DNA는 그 자체의 장력으로 인해 원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꼬여서 뭉치게 되는데, 나선으로 된 전화 수화기 선이 서로 꼬여 뭉쳐있는 것을 연상하면 될 것이다.

DNA가 복제를 할 때에는 이중나선이 분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꼬인 DNA를 풀어야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효소이다. 효소는 DNA의 적당한 부분을 끊고 복제가 끝난 후에는 다시 잇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효소는 최적 지점을 선택하여 최소한의 회수로 꼬인 이중나선을 끊는데, 매듭이론은 이러한 과정을 규명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매듭이론은 매우 특이한 수학분야이다. 주변(삼차원 공간)에 흔히 있는 폐곡선이라는 구체적이면서, 일견 가장 이해하기 쉬운 현상을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추상화를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수학의 다른 분야와 대비된다. 외국에서는 중 고등학교의 영재학생들에게 매듭이론이 연구과제로 제시되기도 하는데 이것은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수학적 접근방법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끈으로 매듭을 만들어 아름다운 장식을 만들거나 밧줄을 매듭으로 묶어 실생활에 사용한 것은 수학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매듭이론을 학문으로 시작하게 된 동기는 분자의 화학적 성질이 이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어떻게 꼬여서 매듭을 이루고 있는가에 달려있다는 켈빈(Kelvin)의 볼텍스 이론이다. 19세기말 영국의 테이트(Tait)는 하나의 매듭으로부터 폐곡선을 유지하면서 연속된 변형에 의하여 얻어진 매듭은 서로 같다는 매듭 형에 관한 엄밀한 정의를 주고, 교차점의 수에 따라 간단한 매듭에서부터 점점 복잡한 매듭을 중복 없이 모두 나열하려 시도하였다.

김인수<전북대 수학통계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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