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부르트도록 뛰어야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야
  • 김태중
  • 승인 2008.04.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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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중<편집부국장>
최악의 투표율이다. 18대 총선 전북지역 투표율이 47.5%(전국 46.0%)로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같은 투표율은 지난 92년 74.3%(전국 71.9%), 96년 68.3%(63.9%), 2000년 60.6%(57.2%)에도 못 미친다. 대통령 탄핵사태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됐던 2004년 61.2%(60.6%)에 비해선 13.7%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한 유권자에게 국·공립 유료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해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투표참여 우대제도까지 만들어 투표참여를 독려했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진 못했다.

투표율이 저조한 원인에 대해선 역대 총선 투표율이 꾸준한 하향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이번 총선이 대통령 선거에 이어 치러진 것을 한 요인으로 들고 있다. 여기에 이번 18대 총선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점도 투표율 저조에 한몫을 했다. 여·야는 안정론과 견제론을 화두로 던지고 국민적 심판을 받았으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도내에선 무소속을 중심으로 역대 정치인의 무능과 오만을 심판해야 하고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뽑아야 한다는 ‘인물론’이 그나마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낮은 투표율은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이로 인한 탈정치화,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선거행태가 국민의 무관심과 투표저조를 불러왔다.

이번 선거에서는 접전지역이 많아 후보들이 목이 터져라 한 표를 호소하고 발이 부르트도록 피 말리는 대결을 벌였다. 그러나 정작 ‘한 표’를 가진 유권자들의 태도는 ‘누가 돼도 마찬가지고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선거냐’는 식으로 후보들을 ‘소 닭 보듯’ 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를 뽑아달라’ ‘내가 인물이다’는 구호는 선거때 마다 똑같은 레퍼토리로 선거때 뿐이며, 당선되면 서민들은 안중에 없다는 것을 국민은 많이 보아왔다. 후보자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말의 성찬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무슨 인물이고, 선거냐’는 국민의 뼛속 깊이 파고든 정치와 선거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이같은 저조한 투표율의 진짜 요인이라 말할 수 있다.

여기에 후보들간의 흑색선전과 마타도어식 폭로전은 유권자들을 더욱 물리게 했다. 일부 지역에선 60년대 선거모습을 보는 듯, 후보자들간 상호비방과 고소고발의 수위가 정도를 넘어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불법이든 뭐든 무조건 하겠다고 보는 발상. 그래서 일부 지역에선 투표도 하기 전부터 누가 당선돼도 ‘당선무효’로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였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뒷골목 보스를 뽑는 것 같은 이전 투구로 변질할 때 유권자들은 투표할 마음이 싹 달아난다. ‘찍어야 조금씩이라도 바뀌지 않느냐’ ‘그래도 조금 나은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투표참여를 독려했으나 일부 유권자들은‘투표를 안하는 것도 권리’라고 까지 항변했다.

찍어봐야 아무것도 안바뀌는 정치판, 선거 때 말만 번지르하고 실천하지 않는 정치인, 당선만 되면 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의원. 이제 당선자들은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은 이런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 최후의 마지막 1초까지 목이 터지도록, 발이 부르트도록 한 표를 호소했듯이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발전을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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