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신용 불량자라니?
내가 신용 불량자라니?
  • 한기택
  • 승인 2008.04.0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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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우리 사회를 신용사회라고 말한다.

우리들은 물건을 사고 팔 때, 공과금을 낼 때, 돈을 송금할 때 등에 신용카드를 아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용카드를 호주머니에 2∼5장 정도를 가지고 다니면서 신용생활을 즐기며 살고 있다.

그러나 편리하고 매력적인 신용카드의 위험성, 신용불량자, 금융소외자, 신용등급 등 생활경제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 젊은 부부가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 ‘신용 불량자라 대출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왜 신용불량자”냐고 하며 울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젊은 가장은 카드를 1장만 사용하고 있으며 대출은 한번도 받은 적이 없는 알뜰한 살림꾼인데 병원비 마련을 위해 거래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러 갔는데 생각 밖으로 1500만원까지만 대출되고 이율도 꽤 높아 놀랐다고 한다. 자기 친구는 신용카드를 6장이나 사용하고 있으며,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5000만원이나 받고 있었으나 자신보다 싼 이자에 3000만원을 빌렸다는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를 ‘신용man’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두 젊은이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신용등급이 무엇이고 신용불량자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4월 28일부터 신용불량자등록제도가 폐지되었으나, ‘신용거래정보’와 통합되어 관리되며, 3개월 이상 연체금액이 50만 원을 초과하거나 50만 원 이하라도 2건 이상 연체한 경우에 ‘채무를 변제하지 아니한 기간??동안 관리하되 상환 일로부터 최장 1년까지 관리되고 있고, 금융거래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두 번째의 젊은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던 것은 카드를 1장만 사용하고 은행대출이 없으니 자기의 신용등급이 높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다.

전국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본인의 신용경력 관리를 잘 한 사람은 금리, 대출금 한도 등 금융거래 조건에서 우대를 받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신용카드와 대출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카드를 사용한 금액과 빚을 얼마나 잘 갚았느냐’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처럼 우리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제 생활에 대해서 모르는 면이 많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나 정부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신용카드 대란, 휴대폰 열풍, 부동산 투기 광풍이 오기 전에 신용카드 사용법, 신용등급, 신용불량자, 금융소외자 등에 대한 사전교육을 철저히 하였더라면 아마 금융 기관과 정상 거래를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 약 400만 명, 금융소외자 약 3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며, 이로 인하여 고생하는 사람수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개인신용, KCB가 개인신용정보 서비스 회원 3천200만 명을 대상으로 향후 연체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신용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10대와 20대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어 청소년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제교육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생활교육으로 경제를 배운다. 신용이 어떤 의미인지, 재테크가 무엇인지 생활과 연결된 경제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아직 걸음마 수준에 있으며, 우리들은 이론적인 경제교육에 치중하는 편이며 생활경제에 대한 교육은 미흡한 편이다.

‘신용이 사라지면 당신도 사라집니다’라는 광고와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은행을 비롯한 경제 단체에서 청소년 경제교육에 앞장 서줄 것을 권장해 보며, 교육기관이 앞장서서 지도해야 한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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