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과 함께 걸어온 100년의 역사
농업인과 함께 걸어온 100년의 역사
  • 안열
  • 승인 2008.04.01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야흐로 봄이 만개(滿開)다.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지천이고, 산수유며 매화도 흐드러졌다. 목련이 망울을 터뜨리더니, 벚꽃도 이번 주면 한창일 게다. 말 그대로 ‘이 꽃 저 꽃 온갖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날 좀 보라고 활짝 들 웃고 있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아 농촌의 들판이 분주해졌다. 이제 곧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영농급수를 시작하는 통수식과 함께 수로에는 농업용수가 넉넉하게 흐르고 있을 것이다.
요즈음은 저수지가 있고 펌프로 지하수도 끌어올려 물 걱정 하는 일이 별로 없지만, 몇 십 년 전만해도 가뭄이 들면 물 부족으로 들녘마다 물싸움이 벌어지곤 했다. 물이 점차 말라 갈 때 자기 차례가 되어 수로에서 물꼬를 터서 논에 물을 댈 때 안도감과 함께 느끼는 기분은 농부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워 옛 어른들은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과 자기 논에 물들어 가는 것처럼 보기 좋은 게 없다”는 비유로 그 심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처럼 인류문명은 물과 함께 시작되었다. 하천범람과 극심한 가뭄이 되풀이 되자 인간은 제방을 쌓고 저수지를 만들어 대응해 왔다. 이처럼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과정에서 농업기술과 더불어 인류문명도 함께 발전해 왔다.
특히 아시아 몬순지역에 자리 잡은 우리나라는 벼농사 중심의 농경문화가 발달하였으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흔히 벼농사는 물 농사라고 한다. 그만큼 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수리시설이 발달한 현대에도 벼농사에 있어 물 관리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수해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치수와 인간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하기 위한 이수(利水)는 언제나 중요한 국가적 최우선 과제로 되어 있다.
각종 문헌과 유적을 통해 우리 선조들이 물을 다스리기 위한 수리시설 건설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삼한시대에 축조한 김제의 벽골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역사적 자원이며 문화유산이다.
이후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수리구조물이 축조됨과 더불어 그 기술력 또한 크게 발전해왔는데, 최근에 끝물막이에 성공한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우리 기술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한국농촌공사의 뿌리 또한 물과 관련되어 있다. 공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08년 12월 옥구서부수리조합을 효시로 하고 있다. 이후 한 세기 동안 정부정책에 따라 기관 설립과 통폐합 과정을 거치면서 댐과 저수지축조, 지하수개발, 간척사업, 경지정리, 배수개선 등 다양한 수리사업을 펼쳐, 주곡자급 달성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100년 전 만경강 하구에는 벼 한 포기 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1908년 국내 최초의 근대적 수리조합인 ‘옥구서부수리조합’이 탄생하고, 1923년 익옥수리조합에서 만경강 제수문 공사가 이루어지고 수차를 이용한 기초물푸기 작업이 한창 진행되면서 만경강 지류인 탑천 유역은 기름진 논으로 변해갔다. 또한 1945년 수리사업이 재개되며 힘들었던 식량난도 넘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시련과 아픔을 딛고 희망을 창조해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농업의 역사와 함께 해온, 한국농촌공사 100년 역사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우리 농업·농촌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제 농산물시장의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농업수리 또한 단순히 벼농사를 위한 물 공급에서 벗어나 그 기능과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저수지 등 농업용 수리시설은 농업용수는 물론이고 쾌적한 농촌 공간 조성과 하천 및 농촌생태계 유지를 위한 환경용수, 농촌 지역의 생활 및 산업용수를 제공하는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재해예방시설로서 그 역할과 기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100년의 긴 세월동안 농업인의 권익과 농업발전을 이끌어온 한국농촌공사는 이제 21세기 변화의 물결에 맞서 농업·농촌의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희망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예쁜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나는 따뜻한 봄 날... 씨 뿌리는 계절에 씨를 뿌려야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들 수 있기에 농민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들판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농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안 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