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바라는 것
식목일에 바라는 것
  • 이수경
  • 승인 2008.03.3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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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일 사람들은 남미대륙에 농업 이민을 갔을 때,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호두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난 후에야 곡식과 채소의 씨앗을 뿌렸다고 한다. 호두나무는 심은 지 50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는데도 말이다. 식목일이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함을 상기 시켜 준다. 다가오는 식목일에 다음과 같이 몇 가지 바람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4월 5일은 24절기 중의 하나인 청명과 한식에 즈음한 시기로 이를 전후해 나무 심기에 적절하다 하여 전국적으로 나무 심기가 동시에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 탓인지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얼었던 대지가 일찍 풀려, 나무 심기의 적기도 앞당겨지고 있다.기상청에 따르면, 1940년대 식목일 평균기온을 최근 10년간 나타난 기온과 비교해 보면 최근 3월 24∼25일경에 해당하며 그 당시 식목일 기온을 보이는 날이 최근에는 11∼12일 가량 당겨졌다.
봄철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식목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지난 24일 산림청은 식목일은 국가 기념일로써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정해진 것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3~4월에 나무심기가 주로 이뤄지고 북부지방은 5월 초까지 나무심기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행 4월 5일 식목일 날짜를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식목일에 일부 지역에서는 벚꽃을 심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꽃이라 하여 싫어하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벚꽃은 법률로 정해진 일본의 국화가 아니다. 그냥 일본에 많이 자라고 있고 일본인들에게 사랑을 받으니 일본을 상징하는 꽃나무가 되었다. 일본에는 토종 일본 벚꽃 자생 군락지가 없다. 그것이 일본의 꽃이 아닌 또 하나의 증거이다. 우리나라 벚꽃이 일본으로 건너 간 것은 불교가 일본에 포교되던 시기라고 보고 있다. 일본 벚꽃이 가장 많은 요시노산(해발 455미터)은 백제 성왕에 의해서 불교가 일본에 포교된 땅이다. 1908년 프랑스 신부 타퀘르가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발견했고, 1932년 일본 식물학자 코이즈미 켄이치가 일본 벚꽃의 원산지가 제주도라 주장했고, 다음해에 학계에 보고한 후 여러 학자들이 똑 같은 견해를 펴기도 했다. 1962년 박만규, 부종유 두 식물학자에 의해 진해 왕벚나무 원산지가 일본이 아닌 제주도임이 밝혀지면서 벚꽃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기 시작하였다.
벚꽃은 화려한 꽃망울로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일본인들이 벚꽃을 좋아해 일제 강점기에 전국 곳곳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게 지금은 벚꽃 축제를 여는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벚꽃은 우리나라 한라산을 비롯한 전국 산야에 20종 정도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벚꽃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하겠다.
매년 봄 이맘때면 식목일을 전후로 온 나라가 황사노이로제에 걸린다. 더구나 90년대까지만 해도 황하의 중상류지역에서 발생한 황사가 우리나라에 주로 영향을 주었으나 최근에는 우리나라와 가까운 내몽골 고원 부근에서도 황사가 발생하여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심한 황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황사는 후두염, 기관지염, 천식과 비염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며 산업화에 따른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황사발생시 가급적 외출을 삼가야 한다.
매년 봄철 황사가 끊이지 않는 것은 황사발원지인 중국과 몽골 내륙지방의 산림파괴와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이 지역의 고온건조 상태가 몇 년째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몽골은 지난 40년간 평균기온이 2℃ 상승하고 1천400여 개의 하천과 호수가 마르는 등 전 국토의 90%가 사막화에 직면해 있다. 황사의 25%가 발생하는 몽골에 사막화와 황사 저감을 위해 우리정부에서는 작년부터 향후 10년 동안 95억원을 들여 3천ha의 조림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몽골에 ‘인천희망의 숲’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는 3~4월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을 것으로 예보되고, 건조일수 또한 예년보다 50%이상 증가하면서 산불발생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건조주의보 속에 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다 불이 번졌는데, 전남에서도 밭두렁을 태우던 노인 2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는 등 올들어 지금까지 밭두렁이나 쓰레기 소각으로 인한 화재가 40건이나 발생해 모두 11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한다.
이처럼 올해는 식목일을 기점으로 산불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어 산림청은 산불 총력 대응기간으로 정하고 있다. 애써 가꾼 나무들이 하루 아침에 불타 없어지지 않도록 논 밭에 함부로 쓰레기를 소각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식목일에 심는 나무는 유실수나 영산홍 등 조경수, 소나무 잣나무 등 산림수종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의 국화인 무궁화를 잘 심지 않고 있다. 포항 북구청에서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지난 14일 이명박 대통령 고향마을인 흥해읍 덕실마을에 나라꽃 무궁화 200본을 심었을 뿐이다.
요즈음 최근에 여러 곳의 관광지를 갔지만 무궁화를 본 적이 없다. 예전에는 무궁화를 관상수로 재배했다고 들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고 애국가에 나오듯이 이번 식목일을 계기로 무궁화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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