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후보를
자신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후보를
  • 이한교
  • 승인 2008.03.24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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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인도의 어느 마을에 ‘마짬바’라는 사냥꾼이 살았다 한다. 어느 해인가 그의 마을에 기근이 들어 식량난에 허덕이게 되었는데 ‘마짬바’가 사투를 벌린 끝에 엄청 큰 코끼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게 되자 마을에 내려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앞 다투어 코끼리 운반에 나섰다

“영차 영차! 우리 코끼리,우리 코끼리다.”

마을 사람들이 ‘우리 코끼리’라 외치며 열심히 옮기는 것을 보고 ‘마짬바’는 소리를 질렀다. 우리코끼리가 아니고 내 코끼리라고 주장하자, 그래 분명 ‘내 코끼리지’ 그럼 우리는 뭐지, 왜 땀을 흘려야 하는데, 주민들은 뒤로 물러서서 방관자가 되었고, 사냥꾼은 코끼리를 운반하려 애를 써보지만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결국 우리코끼리라고 외치며, 도움을 받아 함께 마을로 운반했다 한다. 물론 공동 분배해서 어려운 기근을 넘겼다는 얘기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냥꾼의 현실적인 상황판단이다. 만약 끝까지 고집을 피웠다거나, 기만했다면 마을사람들이 기근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공천의 객관성 상실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여의도 사냥터에 입성하기 위해 후보로 나섰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잘났다. 공천심사자를 향해 자기만이 특별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며, 힘과 지혜가 있다고 공손히 말하고 있다. 남보다 더 큰 사냥감을 잡아 모두 잘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치지만, 그들의 우렁잇속 같은 마음을 어찌 알겠는가. 더욱이 서로 짜고 하는 ‘짬짜미 정치’에 익숙해진 기성 정치인들이 공천의 새바람을 차단하려고 나서는 바람에 공천의 객관성은 상실되고 말았다. 여기저기서 반발과 억울함을 호소하기에 이르렀고, 끝도 없이 판을 치는 유언비어는, 공천은 허울 좋은 정치 쇼에 불과했다는 얘기로 들리게 하고 있다.
누군가 국회를 떠나면서 남겼던 유명한 말이 있다. “코미디 잘 배우고 떠납니다.” 오죽했으면 국회를 떠나며 정치를 코미디에 비유 했겠는가. 정치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기도 잘하는 교인의 신앙심이 의심스럽다”는 어느 목사의 우스개처럼, 모름지기 정치 지도자란 말이 살아 있어야 한다. 어떤 경우라도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정권을 잡고 강력한 힘이 생겼다하여 질책만을 퍼부어대는 것 또한 잘못이다. 정말 공무원들이 문제라면, 그것은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 뿌리 깊은 관료주의에서 그 문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바라기는 우호적이고, 정감어린 표현으로, 다독거리는 심정으로, 미래를 보는 안목을 먼저 키워 줘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 정부처럼 현란한 발언이나 고도의 말솜씨로 본심을 숨겨 두고, 매사 말로 포장하려는 정치는 사라져야하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후보자 선택 고민해야

아직도 근거 없는 병풍주장으로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낙마시켰던 조력자들이 정치판에 남아서, 말솜씨 하나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면, 반드시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제 말만 하는 죽은 정치는 살아져야 한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뉘우침 없이 국민을 우습게보고, 살아남기를 원할수록 정치 불신의 골이 깊어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국민은 세상을 바꾸려는 심정으로 4년 임기를 준비하는 후보자 선택에 고민을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이번만은 구호만 외치는 사냥꾼을 반드시 골라내려하고 있다. 인도의 “마짬바”처럼 현실적인 감각과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묵묵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 여의도로 올려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V김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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