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대학가 풍속도
취업난 대학가 풍속도
  • 송영석
  • 승인 2008.03.20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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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낭만 그 자리엔 장미족·공휴족·밥터디…
‘장미족’, ‘공휴족’, ‘밥터디’

아주 생소하게 들리는 말들이지만 모두 최근 대학가에서 청년 실업과 구직난을 반영해 낸 신조어다.

‘장미족’은 취업에 실패해 장기간 미취업 상태로 있는 대학 졸업자를 뜻하는 말이고, ‘공휴족’은 휴식을 두려워 한다는 뜻으로 잠시도 쉬는 것을 두려워 할 정도로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취업 준비생을 의미한다.

또한 ‘밥터디’는 밥과 스터디의 합성 신조어로 아침 기상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식사와 취업을 위한 공부만으로 하루를 보내는 취업 준비생들의 쓸쓸한 이면을 풍자해 생겨난 말이다.

각종 언론과 미디어에 속속 등장하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가,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풍자해낸 말들이 그렇게 재미있게만 들리지 않음을 누구나 인정할 듯 하다.

장기화된 취업난은 대학가에 새로운 문화를 양산해내고 있다.

그저 ‘자유만끽’이라는 네 글자를 머리 속 깊숙이 각인시키며 술과 친구, 그리고 동아리 활동 등에 학고(학사경고)를 맞아도 그저 웃으며 여유를 찾았던 대학 새내기들의 모습. 또한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진로를 개척해 멋진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고 싶은 꿈에 부풀어 있는 졸업 준비생. 진정한 학자의 길을 걸어보겠노라 야심차게 대학원에 진학해 자신이 하고 싶은 학업의 나래를 펼쳐보이는 대학원생. 요즘은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데카르트며 쇼펜하우어, 칸트 등 제목만 봐도 고뇌를 느끼게 해주는 책을 옆구리에 끼고 철학과 혹은 문학을 논한다며 늦은 밤 술자리에서 사회현실을 고민하던 시대는 갔다.

대학 입학생 이전에 고교 3학년에서부터 어느 대학, 어느 과가 취업이 잘 되는가가 대학과 학과 선택의 최우선이 돼가고 있다고 하니 비교적 낭만(?)적이었던 80∼90년대 대학가의 모습이 사뭇 아련해진다.

휴일이나 방학에도 쉴 새 없이 공모전이나 봉사활동,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 취업에 도움될만한 일을 찾아나서고, 새내기 동아리 선택 역시 학과 공부나 취업준비에 도움이 되는 모임을 선호한다.

또 같은 취업 방향을 갖고 준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스터디 그룹’은 이미 대학가의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다.

전북대에서는 최근 이런 학교 내 스터디 그룹 20개를 선정해 지원금까지 준다고 하니 가히 스터디 그룹이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확산돼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아침에 일어나 학과 수업을 듣고, 공강 시간(강의가 없는 시간)은 도서관에 있다가 간단하게 혼자만의 점심을 해결하고, 토익 점수를 위한 어학원에 들렀다 저녁에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이들과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그룹 활동까지.

가히 취업대란의 한 가운데 있어 대학입시보다 더욱 치열한 취업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의 근심, 걱정이 떠나갈 날은 언제가 될지…….

오늘밤도 대학의 도서관에는 꿈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학생들의 꿈이 환한 형광등 불빛만큼이나 빛나고 있다.

송영석기자

대학가 신(新)신풍속도 5선

▲대학동문회는 취업상담소?=각 대학 동문회는 후배들의 취업상담소 혹은 취업알선창구가 되고 있다. 졸업생과 재학생이 사회경험을 전수하는 자리는 옛말이 된지 이미 오래. 소위 ‘잘나가는 직장’에 근무하는 선배를 통해 취업전략을 전수(?)받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

▲취업도움 강좌 인기 최상가?=교양이든, 전공이든, 취업에 유리한 강좌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게 작금의 대학가 내 현실. 일명 ‘토론하는 법’, ‘주관식시험답안 작성법’, A+리포트 따라잡기’ 등등 입사지원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테크닉 등에 학생들은 초만원.

▲장미족서 칩거족까지 다양=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장미족(장기간 미취업 졸업생)이 대학가에 등장함은 물론 칩거족(학교 수업 이외의 시간을 방에서 혼자 지내는 학생)까지 다양한 부류가 형성.

▲취업만 된다면 수술대 오른다=취업준비생들의 목표는 말 그대로 취업이다. 따라서 예븐 얼굴보다 면접에 유리한 호감형으로 변신(?)을 시도하기 위해선 과감히 수술대에 오르겠다는 대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

▲정치보다는 취업이 가장 중요=대통령선거가 지나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지만 대학생들에게는 향후 국정과제가 무엇인가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도서관이나 방에 틀어박혀 취업준비하는데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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