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 "제가 악역 맡으니 나쁜 놈 같지 않대요"
권상우 "제가 악역 맡으니 나쁜 놈 같지 않대요"
  • 박공숙
  • 승인 2008.03.20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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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숙명'(감독 김해곤) 주연배우 권상우.
영화 비수기인 3, 4월. 썩 화제를 모으는 외화도 없고, 한국영화로는 오로지 ‘추격자’만이 존재하는 듯한 이 시기에 그나마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가 20일 개봉한 ‘숙명’(감독 김해곤, 제작 MKDKㆍ바인필름) 이다.

스타 송승헌과 권상우 주연작. 둘 다 한류 스타인 까닭에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팬들도 둘의 만남에 가슴이 설렌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연인 송승헌과 권상우를 비롯해 주요 배역을 맡은 김인권과 지성의 캐릭터는 생생히 살아 있다. 주인공우민(송승헌)이 가장 전형적. 권상우가 맡은 철중은 친구들을 배신하고 조직 내에서 살아남았지만 야심만만하게 벌인 건축사업에 자금이 돌지 않아 또 다른 배신을 계획하는 인물. 악역이다. 그런데 이 악역이 그냥 악역이 아니다.

권상우는 영화에 등장하는 내내 욕설을 입에 달고 살고, 맥주병을 깨 손을 찌르는 등 잔인한 짓을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가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은 웃고, 그의행동을 이해해버린다.

“너무 욕설이 많이 나와 걱정이 됐죠. 특히 시사회 때 어머니가 친구분들과 함께 오셔 어찌 보실지 걱정됐는데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네가 연기하니까 나쁜 놈처럼 안보이더라’고. 다른 분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럼 됐어요. 철중이가 나쁜 놈만은 아니니까요.”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송승헌이 맡은 우민보다는 철중이라는 캐릭터가 맘에 들었고, 그걸 선택했다.

“여동생 앞에선 눈물을 찔끔거리는 가족을 사랑하는 남자예요. 완벽한 남자는 매력 없습니다. 제가 변호사, 의사를 한다면 어울린다고 보세요? 저를 보면 ‘비뚤어짐’이란 이미지가 떠오르나봐요.” 권상우도 벌써 32살, 우리 나이로는 33살이다. 30대 초반 연예면보다 사회면을 장식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30대를 지나기 때문일까. 그는 굉장히 편해 보이고, 편하게 말했다.

“‘숙명’은 정말 제게 고마운 영화예요. 심적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에 찍은 영화죠. 답답해 미치겠을 때 현장에서 욕하고 내지르면 속이 다 시원했습니다. 그렇게 내지르고 오면 뭔가를 쏟아부었다는 느낌도 들고….” 그래서 기자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냐’고 물었더니 선뜻 “맞다”고 대답한다. 이리저리 불려다니며 정말 욕을 내뱉고 싶은 상황이었을 테니.

권상우는 “나이가 드니 다른 것 아무 필요 없고 ‘배우 권상우’라는 말만 듣고 싶더라”고 털어놓았다.

“‘쟤는 뻔해’, 이런 이야기 들으면 끝났다고 봐야죠. 아직은 더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신인 때는 했다 하면 잘되니까 ‘어, 내가 하면 무조건 잘되는 건가’ 그런 생각도 했는데 드라마도 한 편 망가져 보고(웃음) 나이도 들어보니 인생이란 게 쉽게 가는 게 없더군요.” 드라마 ‘못된 사랑’의 실패에 대해 말하다 권상우는 “그런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제게 기대치가 높은 것 같아요. 그건 다행스런 일이죠?”라고 되묻는다.

그랬다. ‘청춘만화’도 200만 명을 넘겨 러닝개런티까지 받았는데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김하늘과 다시 만났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쉽게 300만~400만 명을 기준으로 삼았다. 유지태와 함께 한 ‘야수’도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뿐 100만 명은 넘었다.

“그때는 몇 백만을 참 쉽게 말했는데, 요즘은 100만 명도 정말 고마운 숫자가 됐네요.” 어쨌든 그의 말대로 드라마도 한 편 ‘말아먹었고’, 사회면에 자주 등장했고, 후배들마저 치고 올라오는 요즘 위기의식, 혹은 불안함, 또는 초조감이 없을까.

“제 자신은 제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에너지가 있어요. 또 아직도 ‘한방’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요. 요즘 배우들 뜨고 나면 많이 재는데 전 계속 작품으로 승부할 겁니다. 깨지든, 터지든 앞으로 3년은 계속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할 거예요. 그래서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습니다.

팬들에게도 실전에서 부딪혀 좋은 모습 보여줄 겁니다. (송)승헌이도 50부작 드라마를 하는데 아마 예전에는 그런 생각 안했을 겁니다. 30대가 되고, 많은 일을 겪다보니 이제 열려 있게 된 거죠. 저희 둘 다 그런 시기가 된 겁니다.” 그는 곧바로 SBS 드라마 ‘대물’의 출연을 확정지었고, ‘제비’ 역을 맡기 때문에그의 표현대로라면 “영화 성공시켜 놓은 후 춤바람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음 편하게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결국 연기가 제일 중요한 거죠. 이제 좀 철이 든 건가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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