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을
‘원자재난’ 근본적인 해결책 모색을
  • 유광수
  • 승인 2008.03.18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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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취업자 10명 가운데 9명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력 경제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다시 악화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 CD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중소기업의 금융부담도 늘어난 상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이슈는 유가를 포함한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다.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곧바로 중소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금융부담 증가의 이중, 삼중고를 겪게 된다.

이를 잘 나타내듯 최근 주물업계, 레미콘업계는 납품중단, 조업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연이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원자재 가격으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는 여타업계도 이 같은 흐름에 동조할 태세다.

현재 고철, 선철, 곡물 등 주요 산업 원자재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40~70%폭등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들은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원자재 대란을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은 어떤 방안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국가 전체의 필요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원자재 가격 급등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에게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필요자원의 안정적 확보 노력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파동에 영향을 받는 것은 중소기업의 60%가 대기업에 물건을 납품하는 하도급 기업인 탓으로, 거래관계에서 “을”인 중소기업은 자신의 제품가격을 대기업의 재량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사정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조사한 2008년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애로 실태조사의 내용에서 납품단가 인하요구에 대한 불만이 40%를 훨씬 넘어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52%는 “거래단절이 우려되어 그냥 참는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현재 “표준하도급계약서”나 “대·중소기업간 협력적인 계약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 등에서 단가 변동사유가 발생 할 때 단가조정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으나 지침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유명무실 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납품가격을 원자재가격과 연동하도록 법제화하여 대기업은 동반자적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상승이 거래 중소기업에게 전부 전가돼 해당 기업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인건비, 기계설비 투자비, R&D 비용이 위축되지 않을 수준의 납품단가를 적용 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력 약화가 다시 거래 대기업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며, 그동안 사적계약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법률 개정을 꺼리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법제화를 검토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그렇다면, 우리 중소기업 스스로는 정부의 대안만을 기대하고 있어야 할 것인가? 원가절감을 통해 원자재 가격상승 부담을 일부 흡수 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단기적으로 최선일 수 있지만 인건비, 설비투자 비용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대량구매로 공급자 수급 조절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기업 스스로 제품 판매가격에 전가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측면에서 원자재를 공동으로 구매하는 원자재 구매펀드를 산업별로, 또는 사업자단체 별로 조성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생각 할 수 있다. 대량구매로 원자재 공급자의 수급 조절에 대응 할 수도 있다. 물론, 펀드조성의 초기 투자자금 조성, 펀드의 운영주체, 공동구매한 원자재를 어떤 기준으로 공급할 것인가 등의 펀드의 조성과 운영이 간단하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재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조와 협력으로 해결 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실행하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원자재 난은 항상 있어왔고 그동안 단기적인 처방으로만 해결하려고 했던게 사실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의 틀에 맞게 개별기업의 이해를 떠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도 필요한 시점으로, 정부의 관련정책 추진이 탄력을 받고 강한 모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기업들의 의지와 공동 노력이 표면화 되기를 바란다.

유광수<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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