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식전쟁과 전주비빔밥
글로벌 음식전쟁과 전주비빔밥
  • 김진
  • 승인 2008.03.14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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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한 골목 모퉁이에는 아주 오래된 건물에, 영화에서나 본 듯한 간판이 붙어 있는 식당이 있다. 1907년에 개점하여 103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문설농탕> 집이다. 한국외식연감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100년을 넘은 외식업소는 이문설농탕 1개소뿐이라고 되어있다. 50년 이상 된 업소도 70개소에 불과하다고 하니 가업에 대한 전통이 아쉬울 뿐이지만, 그 70여개의 업소 중에 우리지역의 <삼백집>이 있어 반가움도 크다. 실제로 유럽이나 일본처럼 2~300년씩 된 전통을 가진 식당들은 차치 하더라도, 이젠 10년 버티는 식당 찾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업소의 비율을 보면 일본이 국민 157명당 1개, 미국이 436명당 1개인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 65명당 1개인 셈이니 창업 1년 이내에 85%가 폐업으로 내 몰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세계는 음식전쟁 中

일반적인 생계형 외식업소들을 더욱 어렵게 몰아가는 것이 기업형 외식업체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해외브랜드업체들의 비중이 커져 가고 있다. 이들의 연간 매출은 5조원 이상으로 개체수로는 0.5%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전체의 10%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니, 시장의 표현대로 해외브랜드에 먹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글로벌시대에 맞는 구상으로 대응책을 찾아야지 비관만 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외국의 외식산업육성사례를 보자면 일본은 <일식인구배증 5개년계획>을 수립하여 2010년까지 전 세계에 일식애호가를 현재의 두 배인 12억 명으로 배가시키겠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태국 역시 태국음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태국음식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을 자국문화수출의 기지로 삼고 있다. 또 이탈리아는 전 세계 이탈이아 음식점에 정부인증제를 도입하여, 각국을 순회하며 요리를 지도하고, 홍보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도 화교를 중심으로 식문화를 알리고 있고, 영국은 미각 패키지 상품을 각 지역의 특산물과 연계시키는 프로젝트로 기대이상의 큰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죽 쒀서 개주는 일은 없어야

가히 세계는 자원전쟁에 뒤지지 않을 만큼 음식전쟁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음식은 감성적으로 문화이해에 대한 파급효과가 큰 아이템인데다,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의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한브랜드의 허브도시를 꿈꾸는 전주의 비빔밥이다. 최근 국제선의 기내식은 물론 수출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어 자랑할 만한 일이지만 한 가지 생각을 보태고 싶다.

전주비빔밥으로 <한국음식>을 홍보할 것인지! <전주비빔밥>이라는 고유브랜드를 명품화 시킬 것인지! 정확한 방향과 올바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에도 퍼져 있는 베트남 음식전문점인 <포호아>는 세계적인 체인망을 갖추고 베트남 음식과 문화를 홍보하였지만, <포호아>의 브랜드원산지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비빔밥을 알리는 것은 한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전주비빔밥>이라는 고유한 브랜드를 마케팅해야 한다. 고유한 브랜드를 선점하지 못하면 <포호아>처럼 죽 쒀서 개 줄 수도 있다. 한브랜드 중에 하나가 비빔밥이 아니고, <전주비빔밥>과 같은 브랜드들이 많이 만들어진다면 한브랜드는 자연히 세계 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밥에 나물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모두가 비빔밥이지만, <전주비빔밥>은 그 이름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는 고유한 존재로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김진<경희대학교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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