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자와 주민
미군기자와 주민
  • 김장천
  • 승인 2008.03.14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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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천<제2사회부>
최근 군산 미공군기지 인근에서 사는 한 주민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미군기지 확장에 따른 철조망 설치공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져 두 가구는 집으로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통로라곤 성인 어른 한명이 간신히 드나들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버린 것이다.

“철조망 때문에 집에도 마음 놓고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경철서도 수차례 다녀왔습니다. 나는 그렇다 하더라도 친구는 무슨 죄입니까. 타지에서 고생하는 게 안쓰러워 마당을 내준 것 밖에 없는데 나와 같은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곳에 사는 한 40대 가장의 하소연이다.

이 주민이 더욱 억울하게 여기는 것은 하나 더있다.

올해 초 ‘생활에 불편함에 없도록 대책을 세워주겠다’는 국방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약속이 깨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약속은 철조망 공사 강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규정에 없다’, ‘기본권침해가 없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었다. 이 주민의 생활 터전 일부가 미국 측에 공여된 토지라는 게 이유다.

“자녀들과 함께 사는 가건물 일부가 철도부지를 점유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호의를 베풀어 준 친구만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라고 토해내는 이 주민에게 자꾸 마음이 쏠린다.

법대로 규정대로만 살아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또한 이들에게는 법보다, 그리고 규정보다 더 가까운게 바로 삶이고 생활이다.

최근 수년간 미군기지 문제로 선량하게 살아왔던 주민들이 ‘범법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과연 이들이 사법처리되면서까지 울부짖는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당연히 국민된 도리로서 국가정책에 따라야 하는 건 의무이다. 그러나 국가안보 등 정책에 밀려 소리없이 흐느끼는 국민이 존재해서도 안될 것이다.

과연 이들의 마음에는 국가가 존재하고, 국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존재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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