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에 대비해야
고유가시대에 대비해야
  • 전희재
  • 승인 2008.03.11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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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가가 연일 100달러를 넘는 살인적인 초고유가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지난 3월 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하루 만에 무려 5%(5달러)나 치솟아 배럴당 104.52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또 갱신했다. 세계 대표 원유인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당 평균가격은 2002년의 경우 26달러에서 2007년에는 73달러가 됐으며, 10월 말에는 9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마침내 100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이 같은 가파른 유가상승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최근 달러화의 약세 등 여러 요인이 복합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세계 석유수요의 급격한 증가에 그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매년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과인도 및 중동지역 국가들 그리고 여타 아시아 개도국들이 세계 석유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급격한 수요증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의 여유 생산능력, 즉 생산능력과 실제 생산량의 차이를 축소시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최근의 유가 상승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고유가 현상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가상승은 제반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와 가계 소비지출이 위축된다. 또한 물가상승은 제조원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에 투자지출이 위축된다. 결국 이러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결국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유가 100달러 시대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까?

여기에는 단기적인 것과 장기적인 대책이 동시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머지않은 장래에 화석연료의 고갈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의 고유가 국면을 대처해나가는 단기대책과 더불어 화석연료 고갈을 대비한 장기적인 대책을 지금부터 모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에너지정책도 화석에너지와 이별을 염두해 두고 다양한 에너지원을 찾는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태양광, 풍력, 조력, 바이오연료 등 이른바 신 재생에너지원을 찾아야한다. 브라질의 경우를 보면 콩이나 사탕수수 같은 식물에서 기름을 짜내어 바이오 에탄올로 쓰고 있는데 브라질 내 300여 개 사탕수수 기업들이 2006년 생산한 바이오에탄올은 175억ℓ로 우리나라 전체 휘발유 차량이 1년간 사용하는 연료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생산원가는 기름값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지만 바이오에탄올은 45달러 정도이니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신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실시한 독일의 경우는 태양광과 풍력, 바이오연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럽 최고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는데 특별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것들을 단순히 에너지원 확보차원만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새로운 경제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너지공사(DENA)에 따르면 독일이 1990년 본격적으로 신 재생에너지 개발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새로 만들어낸 일자리만 25만개에 달하고 폐목을 모아 바이오매스로 가공하는 데서부터, 바이오디젤용 유채꽃을 재배하고, 풍력발전용 터빈을 설계하고,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데 이르기까지 신 재생에너지 육성정책은 화학, 기상학, 생물학, 물리학 등 기초과학 분야 젊은 인재들에게 수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줬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고유가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신 재생에너지 사업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 지난 2006년 강원도 대관령에 세워진 국내 최대의 풍력단지에서 2㎿급 풍력발전기 49기가 한 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풍력발전기 1기당 8천여만원으로 총 40억 원에 이르는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체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단기적으로는 무엇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에 우리 모두가 동참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에너지 사용 구조를 보면 최종에너지를 기준으로 산업부문에서 55.2%, 가정상업부문에서 21.6%, 수송부문에서 20.8%, 공공부문에서 2.4%를 사용하고 있는데 먼저 산업부문에서는 고효율 시설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한편 서비스산업 등 에너지 저소비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모색해 볼 수 있겠고, 수송부문에서는 고효율·탈석유 차량개발 및 보급 확대, 절약형 수송·물류 인프라 확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정·상업·공공부문에서는 규정된 냉·난방온도를 준수하고 조명을 절약하는 한편 소형 열병합발전이나 집단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고 에너지 절약형 냉장고 등 가전기기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도시 건설 때 설계단계부터 태양광주택 등을 의무 설치한다거나 공공부문 신 재생 에너지 사용의무화, 자가용승용차 요일제 확대, 네온사인 억제, 심야영업 단축, 자전거타기 등 친환경 연계 사회운동 등도 고유가 시대를 슬기롭게 넘기는데 유용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에너지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당장 획기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는 사안도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작은 지혜를 모아 생활속 실천을 통해 고유가 위기를 극복해 나가도록 노력해야한다.

전희재<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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