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연 신임 전주MBC 사장
장태연 신임 전주MBC 사장
  • 소인섭
  • 승인 2008.03.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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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밀착 프로그램 제작 중앙집중 방송현상 탈피"
호출부호 HLCX, 주파수 1140 KHz, 출력 5Kw. 지금이야 출력을 증강했고 주파수도 변경했지만 43년 전 전주문화방송이 이 지역에 내보낸 최초의 호출부호이며 주파수였던 것은 분명하다.

출범 당시의 기운이 잘 바래지 않도록 원색에 다시 원색을 입혀가는 일은 중요하다. ‘무늬를 결정하는 것은 바탕’이란 말이 있다. 지금의 무늬를 지키는 것은 결국 바탕을 보호하는 일에서 비롯된다. 휴머니스트인 장태연 전주MBC 신임 사장으로부터 경영철학을 들어 봤다.

―계열사 사장은 처음인데, 특별히 알고 지내는 사람이 없는 타향에서 시작하는 소감은.

▲한 차례도 전북에서 근무해 본적은 없지만 기품있는 예향이고 전통과 진중함이 깃든 고장이란 것은 압니다. 전주는 19개 전국 계열사 가운데 그래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죠. 전국 대사습놀이를 7∼8년 정도 제작했으니까요. 며칠씩 묵으며 선배들 신세 많이 졌습니다. 또 87년인가, ‘내 고향 큰 잔치’를 개시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지방근무를 하게 된다면, 그곳이 전주가 된다면 그런 인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을 했어요.

―얘기가 나왔습니다만, 전주시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주대사습대회가 공정성 시비로 말썽을 빚은 적이 있는데.

▲우선 대중적 호응도가 낮은 것이 문젭니다. 프로그램이 집약적이어야 하는데 너무 지루한 제작이 도마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사습대회는 국악 신인의 등용문이고 우리의 숨결을 잇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지속돼야 하는 것은 마땅해요. 다만, 심사의 공정성에 휘말리지 않도록 심사위원을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선임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전주MBC의 당면과제는.

▲채산성 악화의 반전입니다. 동력이 떨어져서는 시청자에게 봉사할 수 없거든요. 큰 틀에서 보면, 엄기영 사장도 언급했지만 전성시대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지상파 방송이 위기라는 말을 쉽게 듣는데요, 시청자와 청취자의 기대수준이 크게 높아진 때문이기도 하죠. 과거 방송사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내보냈다면 이제는 “정말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냐?”라는 자문을 끝없이 하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청자 시대-행복의 중심 전주 MBC’란 표어를 맘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시·청취자의 시대입니다.

―올해 출범시킨 전주MBC 자회사 ‘JM-프로’는 어떤 회사인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목표수준이 매우 높아져 있어요. 또 계열사 가운데 경영상태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새로운 수익모델도 나와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 기구가 역할을 해 줄 것입니다. 회사는 행사나 이벤트 사업은 물론, 영상과 음반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서비스 사업을 하게 됩니다.

―PD출신인데, 지방에서 꼭 제작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휴먼스토리에 관심이 많습니다. 알려진 시각이 아닌 좀 다른 각도에서 비춰보고 싶은 것이죠. 이 지역서 살아가는 중·장·노년의 삶과 그의 가족을 잘만 조명하면 전국적인 공감도 기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회사차원에서 접근하고 싶은 것도 있습니다. 전북에서 성공사례 하나 만드는 일입니다. “서울에서도 어려운데 그게 되겠느냐.”라는 우려도 있지만 꼭 보석 같은 사업을 발견해 성공시키고 싶어요.

―권력과 경제·정보 등이 중앙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역민의 요구는 전과 같지 않습니다. 편성비율의 조정, 그러니까 자체 프로그램 제작 비율의 변화도 가능한지.

▲예산과 인력문제 때문에 쉽게 바꾸긴 어렵지만 뭔가 해낼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 갈 수는 있겠죠. 그러나 단지 몇 퍼센트를 로컬비중으로 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또 중앙과 제휴 비율이라는 것도 있고요. 얼마나 지역 밀착형이냐, 질 높은 프로그램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그램의 파급효과를 높이려면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중앙 집중적 현상에서 자연스럽게 탈피할 수 있겠죠.

소인섭기자

■ 장태연 사장은…
장태연(52) 사장은 일밖에 모르는 ‘워커 홀릭’인지도 모르겠다. 취미와 기호를 묻는 기자에게 돌아 온 것은 “술도 담배도 모두 ‘꽝’입니다, 골프는 물론이고요.”였으니까. 그러면 인간관계는 어떻게 유지해 왔을까. 역시 예상했던 대로다. “선배들한테 많이 혼났어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짓는다.

종교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호식품을 멀리 한 것은 다분히 일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의 관계가 너무 인간중심으로 가는 것은 잘못이다. 장 사장처럼 일 중심으로 관계되고 각인돼야 마땅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그는 사회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이곳에서도 골목골목 뒤져 사람 냄새를 맡을 것이라고 했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들여다 보는 일은 그의 오래된 PD적 관찰 습성이기도 할 것이니까.

그는 ‘타는 들녘에 사랑의 물줄기를’ 등 책도 여러 권 냈다. 현장에서 한창 뛸 때는 ‘경찰청 사람들’과 같은 성공적인 작품을 기획·연출해 냈다. 쇼 프로·교양·다큐멘터리 가릴 것 없이 많은 작품으로 시청자들한테도 익숙한 이름이다. 96년 한국방송대상 청소년 TV작품 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최근 2년 가까이 TV제작본부장을 지냈다.

한 직원의 표현대로 ‘까칠’하지 않은 그는 한 살 아래의 아내(민언옥)와 사내결혼해 아들 하나를 뒀다. 아내 민씨는 드라마 ‘궁’과 영화 ‘춘향전’등에서 미술감독을 한 인물로 지금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무대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소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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