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과의 또다른 교감, 사인회
팬들과의 또다른 교감, 사인회
  • 소인섭
  • 승인 2008.03.10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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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섭<문화교육부>
7일 오후 8시 50분. 객석을 채웠던 팬들은 사인회가 있는 로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즉흥연주를 좋아하는 진보라는 연주스타일 만큼이나 정해지지 않은 모습으로, 팬들을 만나기 위해 ‘낮은 무대’로 내려섰다.

90분이 넘는 연주로 녹초가 됐을 법하지만 그는 생생한 얼굴로 팬 하나하나에 몰입했다. 옆쪽을 봐 달라는 팬을 위해 ‘V’자를 그려주고, 같이 사진 찍자는 팬을 위해서는 기꺼이 청을 들어줬다. “수경?” 사인을 해주며 이름을 묻자 돌아온 대답에 진보라는 놀라 “우리 엄마와 이름이 똑같다.”라며 지극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4살짜리 꼬마부터 머리가 벗겨진 50대 팬들에 이르기까지 그는 65분 동안 진행된 사인회 동안 단 한차례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기자 역시 그녀의 앳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에 반해 사인지를 챙겼다.

왜 이런 장광설이 필요한 것일까? 지난달 16일 임동혁 리사이틀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두 '젊은 거장'으로부터 앙코르와 사인회 같은 팬 서비스 품질이 너무 다른 것을 발견해서다. 당시 임동혁은 무대 인사로 앙코르를 대신했고 팬 사인회는 물론 무대 밖 어느 곳에서도 팬들의 요청을 들어 주지 않았다. CD를 사들고 사인을 받길 원하는 팬, 그냥 얼굴이나 한 차례 보길 바라는 팬들이 지키는 대기실에서 그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울서 내려온 지인 등 몇몇만 만났을 뿐이다. 당시 한 PD는 “임동혁이 무척 예민해 있다”고 했었다. 또 빽빽한 전국투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라 역시 전국투어 중이고 다음날 역시 ‘쇼 케이스’가 잡혀 있었다.

팬 서비스는 사실 연주자의 영역이다. 특히 지방기획사가 요구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열화와 같은 팬들의 목소리도 주자가 원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또 팬 관리는 연주자와 그의 기획사가 사업 목적의 수단으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너스가 주어지지 않는 월급이나 행사는 재미가 없다. 스타는 ‘높은 무대’뿐 아니라 ‘낮은 무대’에도 기꺼이 설 줄 알아야 한다. 또 (지방)기획사는 팬들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연주자에게 100% 전달하고 설득도 할 줄 아는 팬의 대변인이 돼야 한다.

“어, 나 언니 얼굴 만졌어.”라며 날 듯이 뛰어가는 팬을 가진 진보라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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