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나들이 하는 “뉴저먼 시네마”
전주 나들이 하는 “뉴저먼 시네마”
  • 장병수
  • 승인 2008.03.10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사에서 '뉴저먼 시네마'라고 하면, 서독에서 60년대 초반이후 80년대 초까지 대략 20여 년간 영화 부흥을 가져왔던 운동을 말한다. 이 명칭은 기존의 독일 영화와는 다른 작업을 추구하던 일련의 젊은 감독들에 의해 침체에 빠진 독일 영화가 소생된 것을 가리켜서 불리워진 것이다. 하지만 뉴저먼 시네마는 이웃 나라들에 앞서 전개되었던 이태리 네오리얼리즘이나, 프랑스의 누벨 바그와는 달리 특정한 양식을 지닌 사조가 아니며, 공통적인 양식을 가진 감독들을 지칭하지 않는다.

뉴저먼 시네마의 감독들은 대부분 1940년 이후에 출생한 전후세대로서 과거 독일의 역사에 비판적인 관점을 지녔으며, 각기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활동하면서 기존의 영화제작 방식을 거부하고 보다 독립적인 제작과 배급 방식을 추구했고, 자주적인 배급을 위해서 서로 연계했다. 또한 단편 영화들을 만들며 외국에서 인정을 받은 일련의 젊은 영화인들은 영화의 제작과 영화작품의 혁신을 통해서 돌파구를 찾고자 노력했다.

1962년 2월 오버하우젠 영화제에 모인 26명의 단편 및 기록영화 감독들, 카메라맨, 영화음악 작곡가 등은 "아버지의 영화는 죽었다"고 외치며, 기존의 영화제작 방식과 미학을 명백히 거부하며 새로운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 것을 선언했다.

새 관점의 영화 만들것 선언

당시 여기에 참가한 26인 영화인들 가운데에는 알렉산더 클루게, 에드가 라이츠, 페터 샤모니, 보리스 폰 보레스홀름 등이 있었으며, 이들이 뉴저먼 시네마의 제1세대라고 여겨진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제작방식과 미학에서 '노후하고 문제 많은' 과거의 영화와 명백하게 결별하려는 의지를 표명했다.

초기 뉴저먼 시네마의 영화인들은 주로 단편과 기록영화들을 제작했으며, 우선적으로 나치 이전 과거의 전통을 회복하고 현재 사회와 대결하고 독일 역사문제를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하려고 시도했다. 이들은 단편과 기록영화들을 통해서 희망을 일깨워주었으며, 이것은 또 몇 년 후에 제작하게 된 극영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뉴저먼 시네마의 감독들은 역사 비판적이다. 오버하우젠 선언에서 드러났듯이 이들 출발의 정신적 배경에는 나치를 경험한 기성 세대를 거부하는 의식이 분명히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감들과 작품으로는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의 <어제의 소녀>(1966), <어느 여자 노예의 임시부업>(1973) 그리고 <가을의 독일>(1977)이 있으며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젊은 퇴를레스>(1966)와 <양철북>(1979),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아귀레, 신의 분노>(1973),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73),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1978) 등이 있다.

뉴저먼 시네마의 맏형격인 알렉산더 클루게의 영화 20여 편이 금년도 2008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보다 낯선’ 섹션에서 상영된다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과거의 독일 영화를 부정하고 뉴저먼 시네마를 지향하는 ‘오버하우젠 선언문’을 작성하고 동료들을 끌어 모은 이가 바로 알렉산더 클루게 감독이다. 신세대 영화감독의 지도자이자 이론가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클루게 감독의 영화는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영향을 받은 교훈적이고 소외효과를 활용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낙태금지법 제정하는데 일조

그의 대표작이자 금번 상영작인 <어느 여자 노예의 임시부업>은 평범한 주부가 노동 투사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브레히트의 소외효과가 가장 잘 발휘된 작품으로 꼽힌다. 화면은 여주인공의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흐르고 편집은 거칠게 툭툭 튄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시점에 쉽게 동일화되지 않는다. 그러나 주부이자 여성으로서 여주인공이 감내하는 현실적 고민을 객관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나중에 그가 노동 투사로 변하는 단락에서는 상투적인 극적 감동보다 더 큰 공감을 갖게 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낙태 장면의 충격적인 모습이 낙태금지법을 제정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파스빈더를 비롯한 11명의 독일감독들이 공동으로 연출한 <가을 동화>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서커스단의 예술가들> 등이 상영된다.

장병수<영화평론가·호원대 외래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