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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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희
  • 승인 2008.03.07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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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후보를 공천하자>

김혁 전 청와대 행정관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 강부자(강남의 부동산 부자), 강금실(강남에 금싸라기 땅을 실제로 보유한 사람들)….'

새 정부 들어서 이뤄진 첫 내각의 특징을 빗대 생겨난 신조어들이다. 내각에 특정 인맥 출신과 돈 많은 재력가들이 많다 보니 나온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명박 정부는 '능력만 있으면 도덕성은 좀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능력제일주의 인사를 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다. 결국 2명의 장관 내정자를 교체해야 했고, 청와대 수석 등 일부 고위급 인사에 대한 자질시비가 끊이지 않으면서 야당과 시민 단체의 추가 교체요구에 직면해 있다.

이번 인사 파동은 총선 예비 후보자들에 대한 각 당의 공천 심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여야 지도자들은 내심 지난 10년 동안 높아진 국민의 도덕적 눈높이에 놀랐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여론의 심판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점도 인식했음이 분명하다.

이 같은 점에서 볼 때 여야가 서로 경쟁하듯 공천 제1기준으로 도덕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현재 양당 모두 영입 인사들이 도덕성에 문제 있는 인사라면 아무리 거물이고 명망가라도 낙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지난 대선 때 혹독한 민심이반을 경험한 통합민주당이 가장 적극적이다.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뇌물수수, 알선수재, 불법 정치자금 수수, 파렴치, 개인비리 및 기타 형사 전과자 가운데 금고이상의 형 확정자를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역사는 억울한 희생을 밟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비리 전력이 있는 박지원 김홍일 씨등 거물급 인사들을 탈락시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나라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계파간 나눠먹기식 공천으로 일관하다가 부실 검증까지 겹친다면 민심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점을 깊게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사실 깨끗한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추상같은 도덕적 잣대도 중요하지만, 그 검증과정 또한 치밀하고 엄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공천=당선'의 등식이 형성된 듯이 여겨지는 통합민주당 호남권의 경우를 보자. 우선 당 공천심사위가 후보들이 낸 서류의 하자여부와 신상검증을 제대로 해낼 지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검증기간이 빠듯해 실사가 제대로 이루지기 힘들 뿐 아니라, 심사위원 숫자가 적고 이들의 검증 경험이나 전문성도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부실 검증은 자칫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천과정에서 제대로 걸려지지 않은 문제 후보가 정작 본격 선거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드러나 선거도 제대로 치러보지 못한 채 낙마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전북 익산의 모 예비후보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과기록과 병역, 재산, 세금납부 등을 전국 최초로 공개한 것은 단순히 신선하다는 차원을 넘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여야가 예비후보들로 하여금 자신의 신상 자료를 한 점의 거짓없이 스스로 중앙당 인터넷에 공개해 시민단체와 언론, 유권자들이 후보검증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부실검증을 막고 깨끗한 정치 실현을 앞당기는 데 이 만큼 효율적인 방안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당이 국고 보조금에 의해 운영되는 헌법 기관임을 감안할 때 정당에 대해 시민단체나 언론, 유권자들의 문호를 적극 개방해야 함은 당연하다.

또한 유권자들의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나아가 참여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정치 지망생들에게는 도덕성에 자신없다면 섣불리 공직선거에 나설 꿈도 꾸지 말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등 선거풍토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일석삼조(一石三鳥)'의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미리 스스로 불순물을 미리 걸러내서 깨끗한 후보들이 선거의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검증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선거 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낯뜨거운 공천잡음이나, 그 과정에서의 계파간 알력 등 불필요한 낭비를 피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어쩌면 '선거는 국민 참여의 장이자 축제의 한 마당'이라는 민주주의에 이상에 가장 부합하는 제도의 하나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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