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숙 CBS 전북본부장
허미숙 CBS 전북본부장
  • 소인섭
  • 승인 2008.03.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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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로컬뉴스시대 개막…사회감시기능 강화"

지난해 11월 전주시 용정동 시대를 연 CBS전북방송본부가 이제 ‘TV시대’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훌쩍 큰 외형만큼이나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발디딤을 하는 것이다.

지난 1980년 당시 정부로부터 재갈을 물린 CBS가 뉴스를 뺏겨야만 했던 성장통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지만 개국을 준비하는 울력이나 바램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비장함이 있다. 그 정점에 허미숙 본부장이 있다. 근무지는 비록 다른 지역이었지만 결코 전북을 떠나 있지 않았다고 말하는 허 본부장을 만나 비전을 들어 봤다.

―고향 전북에 본부장으로 내려온 소감부터 말씀해 주신다면.

▲벅찹니다. 누구나 그러한 꿈을 꾸지만 내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왔는데, 그런 허전함을 항상 갖고 살았는데 선물처럼 내게 주어졌어요. 그래서 기쁘고 벅차요. 하지만, 구성원들이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어서 든든합니다. 또 지난 2000년 이곳에서 보도국장으로 있을 당시 권 사장의 용퇴호소문 서명운동이 발단이 돼 일시적 정직과 함께 경남으로 옮긴 지 꼭 8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구요.

전북은 정부에 빼앗긴 뉴스를 되찾기 위한 1천만인 서명운동의 도화선이 된 자랑스런 고장입니다. 84년 5월 청취자와 교회·직원들이 주축이 돼 ‘뉴스를 돌려달라.’라고 외쳐 서울까지 전파됐고 결국 중단된 지 7년 만에 뉴스가 기적처럼 돌아왔어요. 그런 전북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죠.

―마이너 방송사에 머물러야 했던 CBS가 미디어 그룹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CBS와 CBS전북의 위상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라디오 54년은 연륜만큼이나 자리를 잡았고 위성TV와 DMB시장 진출·데일리 노컷뉴스는 2주년에 접어들었어요. 2004년 출범한 ‘인터넷의 강자’ 노컷뉴스는 유력 중앙일간지의 인터넷판을 압도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개국한 노컷 TV는 미국지사장을 이미 선발해 놓은 상태입니다.

2011년이면 CBS전북이 50년을 맞습니다. 내달 7일이면 전북에서도 CBS뉴스를 TV를 통해 볼 수 있게 됩니다. 전주한빛방송 채널 43번과 익산군산 금강방송 33번, 정읍 JBC전북방송 36번으로 목회자 설교와 TV교계뉴스를 제작 방송할 계획으로 있으니까요.

뉴스 분량이야 고작 5분 정도지만 광주·대전과 함께 CBS전북본부가 TV시대를 개막하는 ‘로컬뉴스의 개시’라는 큰 의미를 갖는 쾌거입니다. 최초의 민영방송 노하우와 자부심이 강한 우리가 이제 영상콘텐츠를 생산하고 송출하는 시대를 열게 됩니다. TV는 라디오에 비해 7배 정도의 인력과 비용·시간이 요구됩니다. 초기에는 10배 정도의 공력이 필요한데 방송인력은 지역 인재를 쓰고 싶어요. 신문방송과 영상미디어 콘텐츠가 어느 지역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봅니다.

―TV시대를 여는 중요한 시기에 전북으로 돌아 온 데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2004년 이후 줄곧 TV본부장을 했어요. 그 기간 5배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구체적으로 90개 채널 가운데 10위대에 진입시켜 놨거든요. 서울서 한 후배가 그러더군요. “선배의 귀향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냐고.” 전북은 과거부터 CBS 전국 지역국을 선도했어요.

높은 정치·시민사회 의식과 수준높은 저널리즘·문화의식이 자랑인 이 지역에서 성공한다는 것은 전국에 희망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TV시대는 지역의 이슈와 보조를 같이하겠다는 또 다른 의지인 만큼 지켜 봐 주세요.

―당장 다음달부터 변화된 CBS전북의 로드맵은.

▲라디오 시대가 TV시대로 변모해 간다는 것은 이미 얘기했고요. 23일 전주화산체육관서 열리는 전주지역 부활절 연합예배를 생중계할 생각입니다. 내달 초쯤에는 ‘비전 선포식’을 갖고 50년 사업을 정리하고 향후 100년을 준비하는 사업을 진행합니다. 우리의 가치를 챙기고 전북에서 뭘 할 것인지를 정하게 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시대의 양심으로 이 지역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CBS전북 50년사’ 편찬을 개시합니다.

―기획보도 변화 등 편성방향이 새롭게 설정되나요? 또 사회의 감시기능을 지닌 언론인으로서도 한 말씀 해 주세요.

▲CBS만의 언론적 가치가 있어요. 가장 이상적 모델이 전북에서 구현되도록 이끌 생각입니다. 보도 방향이야 보도국장이 알아서 하겠지만 전북의 자랑인 문화적 자산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문화산업화를 견인하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어요. 여러 지역에서 근무하고 보니까 다른 곳에 비해 우리 지역의 저널리즘이 강하더군요. 사회 환경감시의 역할에 소홀할 수 없지요. 갈지 자를 걷는 행정부나 어긋난 사회기능에는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겁니다.

―사옥이 생각보다 넓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생각이신지.

▲우리 지역의 랜드마크로 성장시킬 각오입니다. 사통팔달의 편리한 교통망도 자랑이지만 지역주민에 돌려 줄 공간도 많습니다. TV공개홀·로비·주차장까지 시민들의 공간으로 활용할 겁니다. 이미 공개홀을 콘서트장으로 빌려주기까지 했거든요. 또 전북 선교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전시관도 만들 생각입니다.

소인섭기자


■허 본부장은 누구인가

김제 출생의 허미숙(56) 본부장은 한국 최초의 여성 편성국장이자, 남성적인 편성국장으로 통했다. 오히려 남성보다 더 남성적이란 평가를 직원들은 내린다.

조용한 말씨와 단아한 모습에서 그를 다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75년 입사한 그가 2000년 당시 권호경 사장 퇴진을 누구보다 앞장서 밀어붙였고 익산과 광주·뉴욕·경남·전남·서울에서 편성과 보도에 ‘열혈남아’로 종회무진하며 진행한 이력을 보아야만 겨우 알 수 있다.

사실 그는 기전여고 재학당시 경희대 주최 전국 고교생 문예콩쿠르에서 ‘진효’에 당선될 만큼 글을 짓는 일에 일찍부터 두각이었다. 그리고 전주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75년 PD로 언론사에 발을 들여 놓게 된다. 지난 87년 ‘우리는 CBS뉴스를 듣고 싶습니다--7년 만에 듣는 CBS뉴스’연출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90년 이스라엘 갈릴리호수 선상 생중계, 금강산 콘서트는 첫회부터 3차례 기획하고 총감독을 했다. 그는 여성 방송인 최초로 지난해 옥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상은 10년 단위로 주는 비중 있는 상으로 방송 민주화와 통일관련 프로그램을 앞장서 제작해 온 공적이 인정돼 선정됐다. 그는 현재 여성 방송인 가운데 최고위직이기도 하다.

“한 번도 전북을 떠나 본적이 없다.”라는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근무처를 옮기고도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와 천년전주사랑 이사 활동이 이를 웅변하고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한 모임에서는 전북을 ‘엄호’하는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전북 문화사랑은 지극하고 구체적이다. 그는 이 지역의 문화인물을 보물 다루듯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 전북이 갖고 있는 역사적 자부심에 닿아 있다. 문화 콘텐츠를 싸구려 취급 말고 수지 맞추기에 급급한 것도 말린다. 그러나 문화를 산업적 가치로 접목시킬 때가 됐다면서 정치권과의 협력을 제시했다.

그는 포도주 1잔 정도가 주량이지만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한국 YMCA 후원이사,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문화영성위원 등에서도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엄두를 못 냈던 김대중 대통령 단독 인터뷰를 98년 해낸 것에서 보듯 마당발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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