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개벽' 외치는 연예계 여걸 4인방
'천지개벽' 외치는 연예계 여걸 4인방
  • 박공숙
  • 승인 2008.02.28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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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의 권위와 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성(性)에 대해 솔직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최근 잇따라 유명 여자 연예인들이 깃발을 들고 나와 ‘변화’를 외치고 있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정자를 기증받아 아빠 없는 아이를 출산한 MC 허수경, 두 자녀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바꿔줄 것을 법원에 신청한 배우 최진실, 최근 두 번째 입양을 한 탤런트 신애라, 그리고 간통죄에 대해 법원에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한 배우 옥소리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연예인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이끄는 파워풀한 아이콘이 될 수 있음을 새삼 증명해보이며 보수적인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특히나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전반적인 여권 신장 흐름과 맞물려, 그간 남자 연예인에 비해 사회적 시선과 평판에 더욱 몸을 사려야 했던 여자 연예인들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 의미심장하다.

◇허수경 “‘아빠 없는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

전문 MC인 허수경(41)은 지난해 마지막 날 ‘아빠가 없는 딸’을 출산했다. 그러나 그는 ‘미혼모’가 아니라 ‘미스맘’이다.

두 번의 결혼 실패 과정에서 불임 판정을 받은 그는 결혼은 더 이상 하지 않고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정자를 기증받아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당당하게 미스맘의 길을 선택했다.

그의 이러한 사연은 최근 KBS 2TV ‘인간극장’을 통해 자세하게 소개되기도 했는데,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허수경의 선택에 대해 찬반 의견을 쏟아내며 격론을 벌였다. 두세 발 앞서가는 허수경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과 아빠 없이 자랄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혀를 차는 이들이 양립했다.

“내 꿈은 떼돈을 벌거나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었다. 평범하고 화목한 과정을 꾸미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꾸 일이 어긋나기만 했다”는 허수경은 “아이에 대한 욕심이 들었다. ‘내가 여성으로서 정말 중요한 일을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성으로서, 여성답게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에게 아빠가 없다는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나는 남편이 없어도 되지만 별이에게 아빠가 없어도 될지, 또 이 일을 아기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나중에 아이에게 이말을 꼭 해주고 싶다. ‘어떤 사람이나 마음의 장애를 가지고 살고 너도 힘들겠지만 꼭 (아빠가 없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고 밝혔다.

◇최진실 “내 아이, 내 성(姓)으로 당당하게 키우겠다”

배우 최진실은 지난달 말 법원에 두 자녀의 성(姓)을 자신의 성으로 바꿔달라고신청한 사실이 최근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사이에서 아들 환희(7)와 딸 수민(5)을 낳고 2004년 이혼한 최진실은 두 아이가 현재의 성이자, 아버지의 성인 ‘조씨’ 대신, 자신의 성인 ‘ 최씨’로 바뀌기를 희망한 것.

현재 최진실은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아들 환희가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혹시라도 아이에게 부담을 줄까 염려돼 최소한 입학식 전까지는 이번 일이 회자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진실 측은 “진실 씨는 자녀를 당당하게 잘 키우겠다는 뜻으로 성 변경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는 이번 신청에 대해 ‘아이들, 세상. 그리고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최진실의 이 같은 선택은 호주제를 대체해 1월1일부터 가족관계등록부 제도가 시행되면서 자녀가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 허수경 역시 이덕분에 딸의 이름을 자신의 성을 따 ‘허은서’로 지었다.

◇신애라 “아기들이 우리를 선택한 것”
 
탤런트 차인표(40)-신애라(38) 부부는 최근 두 번째로 입양을 한 사실이 알려져감동을 전해줬다. 2005년 12월 생후 1개월 된 여자 아기를 입양했던 이들 부부는 1 월2일 생후 100일 된 된 여아를 또다시 입양했다. 1995년 결혼, 아들 정민(10)을 낳은 이들 부부는 입양한 두 딸의 이름을 각각 예은(예수님의 은혜)과 예진(예수님의 진리)으로 지었다.

“모든 것은 아내의 뜻을 따랐다”는 차인표의 말이 아니어도 아기를 맡아 키우는것은 아무래도 엄마의 몫. 두 번의 입양을 결정한 신애라는 “예은이를 입양할 때부터 한 명을 더 입양할 생각을 했다. 드디어 예은이에게 자매를 만들어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아이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우리를 선택한 것” 이라며 “아이로 인해 우리가 얻는 즐거움과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한다. 이 아이들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아기 수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우리 나라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입양 수가 해외 입양 수를 넘어서 화제가 됐다. 그만큼 입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됐음을 보여주는 것. 그럼에도 아직 입양은, 특히 유명인들의 공개 입양은 뉴스가 될 정도로 ‘희귀한’ 일이다.

신애라는 “어떤 책을 보니 입양을 하게 되면 낳은 자식의 수보다 많은 아이를 입양하는 게 좋다고 돼 있더라. 예은이에게 자매를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이제 예은이와 예진이가 친구처럼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옥소리 “간통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지난해 남편 박철과 떠들썩한 이혼 공방을 벌이며 간통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탤런트 옥소리는 지난달 30일 담당 재판부에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리고 27일 옥소리의 담당 재판부가 헌법재판소에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서간통죄는 옥소리로 인해 존폐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5단독 조민석 판사는 간통죄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형법 제241조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직권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27일 밝혔다.

조 판사는 위헌심판 제청 결정문에서 “형법 제241조는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명백히 제한한다”며 “인간의 성생활은 사생활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원초적인 것일 뿐 아니라 강제하거나 금지할 수 없는 감정의 발로에 기인한 것으로 국가가 이에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조 판사는 또한 “간통죄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 부작용은 명백한 반면 (이혼율 저하 등) 효과는 의심스러워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옥소리의 변호사는 “간통죄는 민사법정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지 형사법정에 세워야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간통죄는 이미 파탄 난 혼인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혼인의 원상 회복과는 무관하게 배우자의 복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옥소리의 이러한 행동은 통상 간통죄에서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와 달리 본인이 간통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전후좌우의 사정과상관없이 여성이 간통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상황임에도 그는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냈다.

이번 간통죄 위헌심판 제청은 지난해 9월 판사 2명이 잇따라 직권으로 위헌심판을 제청한 지 5개월 만에 또다시 이뤄진 것이어서 앞으로 헌재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덴마크는 1930년, 일본은 1947년, 독일은 1969년, 프랑스는 1975년 간통죄를 폐지했으며 주마다 제도가 다른 미국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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