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와 전북교육
이명박 정부와 전북교육
  • 박규선
  • 승인 2008.02.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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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가 들어섰다. 지난 10년간의 정권이 우리 쪽이라고 믿었기에 새정부의 출범이 조금은 낯설고 또 두렵기도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인생 역정이 그렇듯이 정부 역시 평범하지는 않을 것 같다. 우선 실용정부를 표방하듯 효율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또 경쟁과 자율이라는 메커니즘이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게 우리사회가 굴러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에 내세웠던 공약들을 모두 이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도 많다. 우선 한반도 대운하의 경우 환경재앙에 대한 우려와 경제적 실익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쉽게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어 몰입교육 또한 저항이 목소리가 크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몰입교육을 한다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영어는 세계화의 필수 도구이다. 그러기에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교과를 영어로 수업하는 몰입교육이나 영어를 최우선에 두는 것은 자칫 중요한 것을 놓칠 우려가 있다. 또 국민이 모두 영어를 잘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모두 잘하기도 어렵거니와 경쟁력을 위해서는 다른 공부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정부의 교육정책 핵심이 영어교육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문제를 동반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앞서 이야기했듯 경쟁과 자율의 메커니즘은 피도 눈물도 없는 정글의 법칙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고교 300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실행이 된다면 지금 시행되고 있는 평준화 정책은 무너지게 된다.

자립형사립고, 특수목적고, 마이스터고 등을 신설하거나 확대해 나갈 경우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자기에게 맞는 학교 선택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입시지옥이 중학교까지 확대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흔히 입시를 위한 공부를 ‘학력’이라고 믿는경우가 있는데, 이야말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학력은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능력이다. 물론 초·중·고등학교의 경우는 기존의 지식을 충실히 습득해야 한다. 그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것을 아는 것만으로 새로운 것이 창출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창의성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생들이 문화를 즐기면서 바른 인성을 갖는 것은 밤새워 공부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중학교까지, 더 심하게는 초등학교까지 입시 준비로 몰아간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해진다. 건강을 해쳐가면서까지 공부한 우리 아이들이 남을 이기는 일 외에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인재들을 길러야 한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새정부의 교육정책이 합리성과 경쟁으로만 나갈 경우 우리 전북과 같은 농도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데 있다. 전북에는 소규모 학교가 그 어느 곳보다 많다. 현단계의 농산어촌 교육은 복지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전라북도교육청이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교육복지 실현에 맞닿아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영어교육 역시 우리 전북과 같은 농어촌지역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같은 급여를 받는다면 당연히 원어민 보조교사가 도시지역 학교 근무를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빠듯한 예산으로는 원활히 원어민 보조교사를 확보할 수가 없다. 새정부의 출범이 교육계의 희망이 아닌 우려가 된다면 이는 큰 불행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작은 정부를 표방한 만큼 시도교육청에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그에 따른 예산도 함께 지원하며, 농어촌지역에 기숙형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등의 정책들이 실행된다면 오히려 활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번 차에 교육부가 갖고 있던 많은 권한들을 지방에 이양하여 진정한 교육자치가 실현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교육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서 어느 누가 쉽게 바꿀 수 없다. 그러기에 새정부 역시 각양 각층의 교육계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입시정책으로 혼란에 빠뜨리기보다는 국가 인력 양산 차원에서 각계의 의견을 조정하여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북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계 내부의 자성과 노력일 것이다.

박규선< 전북도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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