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 국민이 원하는 것
이명박 정부에 국민이 원하는 것
  • 이한교
  • 승인 2008.02.22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고리를 잡으면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었다. 손 지문에 습기가 쇠붙이에 닿는 순간 얼기 때문이다. 불을 지핀 아랫목은 절절 끓어도 윗목은 냉골이었다. 윗바람이 드센 방에서는 입김이 서렸고, 코끝이 시려 아예 이불로 머리를 덮어쓰고 잠을 청했다. 머리맡에 놓아둔 자리 끼가 꽁꽁 얼었으니 더 이상 그 옛날 겨울 추위를 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요즈음 아이들에게 윗목과 아랫목의 예절을 말해 뭐하겠는가. 칼바람에 손과 볼때기가 터서 쩍쩍 갈라졌으며, 노랑 콧물이 들락거렸다면 믿겠는가. 그 콧물을 닦던 옷소매 자락이 가죽처럼 번들거렸다면 거짓말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가난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얼마 전 산행을 했다. 눈이 몹시 퍼붓던 뒤라 겨울 산은 역시 장관이었다. 가지마다 꽁꽁 얼어붙은 하얀 산호초 같은 눈꽃이, 오전 햇살을 머금어 아름다웠다.

새해(구정) 시작의 느낌을 담아 소원을 빌었다. 가정과 대한민국이 축복받아 잘사는 나라가 되게 해달라고 말이다.

며칠 후 그 산을 다시 올랐다.

눈은 녹아 볼 수 없었다. 수많은 과학자의 경고함에도, 무분별한 인간의 파괴행위로 지구의 온난화가 가속되어 가는 현상이다. 이처럼 재앙으로 이어질 징후가 보임에도, 쓰고 버림에 익숙해져 있는 현실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무분별한 파괴행위 없어야

자연을 자신의 잇몸처럼 보호해야 할 것이다. 돈과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아야 한다. 그동안 어른(위정자) 탓으로만 돌렸던 무너진 법질서를 철저히 복원한다면, 불타버린 숭례문 앞에서 서로 내 탓이라 말하는 어른들이 앞 다투어 줄을 서게 될 것이다.

대부분의 권력자는 어떤 잘못이든지, 남에게 그 책임을 뒤집어씌우고,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이 세상에서 자기보다 똑똑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권불십년 이라 했던가.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은 사람이 없듯, 새로운 정부는 당신(떠나는 사람)들을 기억에서조차 지워버릴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연출자로서 무대를 장악하고 아름답고 평안한 나라를 그려 가려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순리와 법대로 지켜나가고자 할 것이나, 깊은 생각 없이 경거망동해서도 안 되며, 안하무인격으로 국민을 무시해서도 안 되며,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 동의 없이 경부 대운하 사업을 밀어붙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하고, 개발의 논리로 경제를 살려야 한다거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아집은 나라를 어렵게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옛말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했다. 신중해야 할 것이다. 서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현재가 아니라, 온 국민이 마음의 짐을 풀 때까지 기다려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내와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력과 돈으로 성급하게 이끄는 정부는 반드시 버림받게 될 것이며, 그 고통은 국민이 지게 되는 법이다.

문제 해결하는 인내·지혜를

지금 국민은 임기 중에 경부 대운하 건설을 마치겠다는 소리에, 국토가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는 복구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될까 염려하고 있다. 왜곡된 윤택함을 보장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난한 부자로 사는 게 나을 것이다. 추운 겨울에 옷과 고무신발을 기워 입고 신어도 좋으니, 살을 도려내는 칼바람으로 겨울잠을 설쳐도 좋으니, 처마 끝 수정 같은 고드름을 땋아, 우둑우둑 씹어 먹을 수 있는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이한교<한국폴리텍V김제대학 교수>

[약력]  ▲경북금오공대 기계공학 대학원 석사 과정 ▲전북대학 정밀기계 대학원 박사과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