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 이보원
  • 승인 2008.02.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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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원<경제부장>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19일)가 엊그제다.조석으로 차가운 냉기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살갗을 스치는 한낮의 바람은 차가움 보다는 상쾌함이 더한다.기상이변으로 계절이 빨라지면서 대개 3월 하순께 시작하던 나무시장도 한달가량 앞당겨진 25일 개장한다.그 어느해보다 맹위를 떨쳤던 동장군이 물러가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새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에 새생명이 꿈틀대는 시기에 때맞춰 새정부가 출범한다. 우여곡절 끝에 정부조직 개편안이 마무리돼 파국은 면했다. 일주일후면 푸른 꿈을 안고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새 학년을 맞는 각급학교 새내기들의 신학기가 시작된다. 대학을 나와 첫 직장을 잡은 사회 초년생들도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 당찬 도전에 나선다.

약동하는 새봄과 함께 우리 사회도 모두가 희망에 부푼듯하다.

하지만 춘래, 불사춘(春來,不似春), 즉 봄은 왔으되 봄 같지 않다는 말을 요즘처럼 절감하는 때도 드문 것 같다.자고나면 치솟는 물가 때문에 서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경제 전반에 암운이 짙게 드리우며 생활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0달러를 돌파하며 폭등 조짐을 보인다. 소형트럭을 굴려 먹고사는 자영업자들과 출퇴근이 불가피한 직장인들은 치솟는 기름값에 주유소 찾기가 겁날 정도다.지난해 12월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최고 34% 인상한 후폭풍으로 이달엔 라면,제과업체들이 10%가 넘는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가격인상이 예고되자 마트에서는 산더미처럼 쌓였던 라면들이 순식간에 동이 나는 등 때아닌 사재기 촌극까지 빚어졌다. 신학기를 앞두고 대학등록금 등 학비와 가방과 문구류 등 교육기자재 가격, 전월세 방값 등도 이에 뒤질세라 상승행진에 가세하며 가계를 옥죄고 있다.

한해농사의 태동기를 맞은 농어촌의 고물가 파고는 가히 쓰나미 수준이다. 농산물 시장 개방확대로 농산물 가격은 갈수록 떨어져 농가들의 소득은 줄어들고 있다.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각종 영재 자재가격은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대당 가격이 수천만원인 농기계는 1년새 수백만 원씩 가격이 올랐고 농업용 필름과 비닐하우스 파이프, 화학비료의 가격도 최고 50%까지 급등했다.각종 영농자재를 주문해 새해 농사일을 시작해야할 농민들은 치솟은 영농자재 가격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대통령직 인수위는 통신요금과 유류세 등의 인하로 국민경제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서민경제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었다.하지만 새정부가 출범하는 지금까지도 속시원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더구나 새정부 초대 장관 내정자 대부분은 강남지역 아파트를 비롯해 수십억에서 백억대의 재산을 보유한 재력가들인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재산형성과정이 합법적이고 땀흘려 번 재산이라면 누가 탓하랴.하지만 땅투기 등 제기되는 불탈법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더구나 고가의 아파트와 콘도·골프 회원권 등을 갖고 모자랄 것 없이 누리고 사는 소위 대한민국 1%들이 과연 나머지 99%의 춥고 배고픈 설움을 어느 정도나 헤아려 정책에 반영하려 힘을 쏟을지 걱정하는 것은 기우일까. 서민들의 가슴속에 봄다운 봄, 과연 진정한 봄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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