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정 "어린 아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황수정 "어린 아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
  • 박공숙
  • 승인 2008.02.21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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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난 지 5년 만인 지난해 초 SBS TV 드라마 ‘소금인형’으로 브라운관에 복귀한 황수정(36)이 이번에는 스크린에 도전했다.

그것도 젊은 여자 연기자들이 예쁘기만 한 이미지를 벗고 본격적인 배우로 발돋움하기 위한 등용문처럼 여기는 ‘예술영화’를 통해서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에서 조연을 맡은 황수정을 개봉(28일)을 1주일 앞두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데뷔 13년 만의 스크린 진출 소감과 연예계 복귀에 대한 생각, 앞으로 활동 계획을 물었다.

환히 웃으며 인사하는 그에게 “예상보다 얼굴 표정이 밝다”는 인사말을 건네자 그는 “원래 밝은 성격인데 다들 잘 몰라 주신다”며 더욱 시원한 웃음을 보였다.

그는 영화에 출연한 소감에 대해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하는 신입생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소금인형’에서보다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자연스러움을 중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홍 감독의 연출 스타일도 그에 한몫했을 것이다.

“출연 제의를 받고 감독님과 첫 미팅을 했는데 작품 얘기는 안 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만 얘기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 갑자기 농구를 하자고 하셔서 함께 농구를 했습니다(웃음). 나중에 감독님한테 ‘왜 저를 고르셨느냐’고 여쭤봤더니 ‘직감으로 했다’고 대답하시더군요. 캐릭터가 억지로 만들어낸 게 아니라 자연스러워서좋았어요.”

황수정은 이 영화에서 대마초를 피운 사실이 들통나 경찰을 피해 프랑스 파리로도주한 남자 주인공 성남(김영호)의 착하고 애교 넘치는 아내 성인을 연기했다.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중반부까지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만 들려주고 후반부에 이르러서야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다.

성남과 성인의 통화 장면은 실제로 서로 대사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촬영됐다. 김영호를 비롯한 다른 출연진과 제작진이 프랑스에서 오후에 촬영하는 동안 황수정은 한국에서 새벽에 녹음실로 달려가 밤새 녹음을 해야 했다.

“처음 촬영에 들어갈 때는 시나리오도 없었어요. 그날그날 팩시밀리로 촬영분 대본을 받아 보는 식이었죠. 새벽 1시에 대기해서 3시께 녹음을 시작해요. 아침에 해 뜨는 걸 보고 집에 들어갔죠. 처음엔 당혹스러웠는데 결국 제 연기에 도움이 됐습니다. 독특하고도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드라마 ‘허준’ 등에서의 단아한 이미지로 정상의 인기를 누렸다. 그 청순한 이미지는 사건 직후 팬들에게 더 큰 배신감을 안겼고 그에게 비수로 돌아왔다.

수 년을 흘려보낸 뒤 굳이 연예계로 복귀한 이유를 묻자 그는 “연기는 제가 가장 열심히 했던 일이라 아쉬움이 많았다”고 답했다.

“쉬고 있던 시기도 제게는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연예인은 영원한연예인’이란 말도 있듯이 계속 주목을 받게 되더군요. 연기는 가장 열심히 해 왔던 일인데 아쉬움도 있었고요. 고심 끝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만큼 욕심을 내서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연기자란 직업이 진정한 ‘제자리’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는 “그건 연기의 달인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인 것 같고 아직 배워나가야 할 시기이니 잘 모르겠다”며 “ 이게 정말 나의 제자리인지는 더 많이 일한 뒤에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아직도 어둡고 슬픈 작품의 착한 역할들이 주로 들어옵니다. 저는 밝고 발랄한역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강한 역이나 야누스적인 역도 연기해 보고 싶고요. 저를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연기자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자신에게 기대를 갖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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