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지역개발과 리더자의 역할
농촌지역개발과 리더자의 역할
  • 장병수
  • 승인 2008.02.20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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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은 늘 설레이는 밤을 만든다. 뒤척이는 밤을 보낸 아침은 왜 그리도 빨리 찾아오는 건지 피곤도 하겠지만, 무엇이 그리 힘을 솟구치게 하는지 알 수 없을 따름이다. 지난 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은 대상이 해외라는 특수성 때문에 설레임은 배가 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농업·농촌 핵심리더 교육과정 중 지역개발리더반의 해외연수가 지난 1월 21일부터 26일까지 5박6일동안 일본 큐슈지방을 중심으로 '일본 지역개발 정책 및 실천 사례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새벽에 내린 폭설때문에 일본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의 출발 지연, 우리는 첫날 연수 일정이 좀 차질이 빗어지는 바람에 벳부의 스기노이 호텔로 직행했다. 그 덕분에 세계 3대 온천지라는 벳부에서의 온천욕을 하면서 낡은 것을 몽땅 벗겨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신성한 의식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며 각오를 다져보았다.

첫 일정으로 일본 그린투어리즘 운동의 발상지인 오이타현의 아지무라는 지역을 방문했다. 일명 아지무형 그린투어리즘의 역사와 운영 방식 등에 대해서 운영회장과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진지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특이한 점은 그린투어리즘 연구회를 설립하면서 지역주민 중심에서 벗어나 농협, 공무원, 출판인 및 특이하게도 언론인 등 사회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함께 어울렸다는 것이다. 또한 행정에서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당시 식품위생법, 제조업법 및 숙박업법 등 관계법령을 융통성 있게 적용해가며 지방행정이 법령 개정운동에도 앞장서며 그들만의 독특한 모델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의 두 번째 밤은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다. 아지무형 농가민박이었다. 일상적인 집단 숙박이 아니라, 아지무형 농가민박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면서 우리 지역에서의 숙박 문제의 대안을 찾아보는 소중한 밤을 보냈다.

3일째 포도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지역주민들이 운영하고 있는 와인공장을 방문한 다음, 40ha에 이르는 오이타 농업문화공원을 방문했다. 이 공원은 단순히 농업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농업을 알리고, 이해시키며, 소비자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유익하게 이용되고 있었는데, 일본에는 이러한 농업문화공원이 47개나 있다는 공원 책임자의 설명에 한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오후에는 유후인에 있는 후로라하우스를 방문하여 화초를 이용한 압화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접했다.

다음날 산간오지의 한계를 지역 산림자원과 부산물 및 자연환경을 이용한 경쟁력 있는 지역 만들기를 성공한 오쿠니정 지역을 방문했다. 삼나무가 빼곡한 산림지역에서 자연학교를 운영하고, 삼나무 목재로 실내 체육관을 건립하여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주어진 자원과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성공한 모델을 보게 되었다.

5일째 '일촌일품一村一品' 운동을 최초로 시작한 오오야마정 지역을 찾았다. 40여년전 오오야마정의 야하타 정장은 3악(쌀, 축산, 고정관념) 철폐를 선언하고 "매실과 밤을 심어 하와이 여행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NPC(New Plum Chestnuts) 운동을 전개하였다. 일촌일품이 성공하게 된 배경에는 지역 발전에 행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 주는 곳이었다. 당시 오오야마정에서는 정장이 중심이 되어 지역 발전 청사진을 수립하고 퇴근 후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며 동참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 결과 수도작 중심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매실과 밤을 심어 오늘날 '일촌일품' 사업을 선도하게 되었으며, 지역 축제로 승화되어 일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농촌으로 만들어 놓았다. 현재 오오야마정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여권이 발급된 지역이라고 한다. 지역 최고 리더자인 정장의 주도적인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농촌지역개발의 초창기에 접어든 우리 행정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최근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녹색농촌체험마을, 전통테마마을 그리고 농촌종합개발사업(2013년까지 1000개권역 육성) 등 다양한 지역 가꾸기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2013년까지 농촌종합개발 사업이 1000개 권역에서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얻은 결론은 농촌지역개발의 출발은 비록 시대역행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행정이 중심이 된 하향식 추진 의지가 바탕이 된 상태에서 사업의 수혜자인 농업인들과 주민들이 지역의 실정에 맞는 상향식 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할 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사업 성공의 관건은 사업 주체들의 조직화와 추진의지 및 지역의 인적, 물적 및 문화적 자원을 발굴하고 활용하여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에 달려 있을 것이다.

장병수 <사)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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